구글이 경량 AI 모델 '제미나이 3.5 플래시'를 공개하며 AI 성능과 비용 효율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선언했다.

구글은 1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연례 개발자 행사 '구글 I/O 2026'을 개최하고, 신형 모델과 에이전트, 검색 개편 등 일련의 AI 신제품을 대거 발표했다.

이번에 공개된 제미나이 3.5 플래시는 경량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기존 최고 모델인 '제미나이 3.1 프로'를 에이전트·코딩·금융분석 등 주요 성능 지표에서 상회했다.

특히 에이전트 표준 규격인 모델콘텍스트프로토콜(MCP) 벤치마크와 금융분석 평가에서는 구글·오픈AI·앤트로픽의 최상위 공개 모델을 모두 앞섰다. 코딩 분야에서는 터미널 환경 벤치마크에서 76.2%를 기록해 GPT-5.5(78.2%)에 근접했으나 소폭 하회했으며, 범용 코딩 지표인 'SWE-벤치 프로'에서도 클로드 오퍼스 4.7과 GPT-5.5에 미치지 못했다.

구글 딥마인드 CTO 코레이 카부쿠오울루는 행사 전날 기자들과 만나 "제미나이 3.5 플래시는 뛰어난 품질과 낮은 응답 지연을 동시에 제공한다"며 "코딩, 에이전트 작업, 멀티모달 추론을 포함한 거의 모든 벤치마크에서 기존 최상위 모델인 3.1 프로를 능가한다"고 밝혔다고 테크크런치가 전했다.

이 모델의 출력 속도가 여타 최상위 모델보다 4배 빠르다는 점은 기업 현장에서의 실용성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순다르 피차이 CEO는 "기업들이 연간 AI 토큰 예산을 5월도 되기 전에 소진했다는 사례를 들어봤을 것"이라며 "하루에 토큰 1조 개를 쓰는 기업이 업무량의 80%를 플래시 모델 등으로 전환하면 연간 10억 달러(약 1조 3,800억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피차이 CEO는 제미나이 3.5 프로도 다음 달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크크런치는 이번 발표가 "구글이 AI를 대화형 도구에서 에이전트형 도구로 전환하겠다는 신호"라며 모델이 사람의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실제 업무를 계획·구축·반복 실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NBC 역시 "구글이 오픈AI·앤트로픽과의 경쟁 속에서 방대한 이용자층에 더 많은 에이전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이와 함께 사용자 지시 없이도 자율적으로 상시 업무를 수행하는 능동형 에이전트 '제미나이 스파크'도 선보였다.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이 닫혀 있는 상태에서도 24시간 작동하며 이메일 요약, 일일 브리핑 작성, 반복 업무 처리, 장기 코딩 작업 등을 수행한다. 구글은 이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신해 행동하되 사용자의 지휘 아래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의 핵심 서비스인 검색창도 25년 만에 최대 규모의 개편을 맞는다. 텍스트 외에 이미지·파일·동영상을 함께 첨부해 검색할 수 있으며, 결과 화면에는 시각 도구와 위젯이 즉석에서 생성된다. 기존 'AI 개요'에서 챗봇 방식의 'AI 모드'로 자연스럽게 전환되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도 도입됐다.

쇼핑 부문에서는 검색·제미나이·유튜브·지메일을 연동해 자동으로 가격을 추적하고 결제까지 처리하는 지능형 장바구니 '유니버설 카트'를 올여름 미국에서 출시한다.

텍스트·오디오·이미지·동영상 등 모든 형태의 입출력을 지원하는 멀티모달 모델 '제미나이 옴니'도 공개됐다. 기존 동영상 생성 모델 '비오'가 텍스트를 영상으로 변환하는 기능에 한정됐던 것과 달리, 제미나이 옴니는 기존 영상의 캐릭터나 스타일을 변환하고 물리 법칙을 반영한 사실적 영상 구현도 가능하다.

구글은 제미나이 옴니로 생성한 영상에 AI 제작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디지털 워터마크 '신스ID(SynthID)'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신스ID에는 기존 파트너인 엔비디아 외에 오픈AI, 국내 기술기업 카카오도 동참했으며, AI 생성 콘텐츠 식별의 새로운 표준으로 확산되고 있다.

요금 정책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구글은 월 250달러(약 34만 5,000원)였던 기존 최상위 울트라 요금제를 200달러(약 27만 6,000원)로 인하했다. 동시에 개발자·전문 사용자를 겨냥한 월 100달러(약 13만 8,000원)짜리 신규 울트라 하위 플랜도 추가했다. 두 플랜 모두 제미나이 스파크 접근 권한을 포함하며, 기능과 사용 한도는 티어별로 차등 적용된다.

이 같은 가격 재편의 배경으로는 구글 AI 서비스의 가파른 성장세가 있다. 피차이 CEO에 따르면 구글은 현재 월 3,200조 개 이상의 토큰을 처리하고 있으며, 이는 1년 전 480조 개 대비 약 7배 증가한 수치다. 제미나이 앱 월간 이용자도 같은 기간 4억 명에서 9억 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AI 모드' 검색은 출시 1년 만에 월 이용자 10억 명을 돌파했다.

제미나이 3.5 플래시는 19일부터 전 사용자에게, 제미나이 옴니는 유료 구독자 전체에 제공되며, 제미나이 스파크는 울트라 요금제 가입자를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로 운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