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지분을 약 1조원에 인수하며 시중은행 최초로 가상자산 거래소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하나은행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보유 두나무 주식 228만4천주를 약 1조33억원에 취득하기로 결의했다.

이번 거래로 하나은행은 송치형 회장(25.51%), 김형년 부회장(13.10%), 우리기술투자(7.20%)에 이어 두나무의 4대 주주가 된다. 국내 시중은행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을 이 규모로 취득한 것은 처음이다.

하나금융은 이번 인수를 디지털 자산 생태계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설명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2023년 신년사에서 가상자산을 포함한 비금융 부문 투자 확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경영진은 전통 금융 모델만으로는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간 협력은 지분 인수 이전부터 진행돼 왔다. 지난해 12월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올해 2월에는 블록체인 외화 송금 서비스 기술검증(PoC)을 완료했다.

지난달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과 3자 업무협약을 맺고 두나무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와 체인'을 활용한 금융 인프라 구축에도 나섰다.

향후 협력 범위는 계좌 제휴를 넘어선다. 하나금융은 외화 송금,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 기와 체인 연계 서비스 개발, 해외 디지털자산 시장 공동 진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비트와 케이뱅크 간 기존 원화 입출금 계좌 제휴는 유지된다.

두나무 입장에서는 대형 금융그룹을 주주로 맞이함으로써 경영 투명성 제고와 제도권 신뢰 확보라는 실익을 얻게 된다.

금융권의 가상자산 업계 진입은 하나금융에 그치지 않는다.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 지분을 인수했으며, 한국투자증권도 코인원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은행을 가리지 않고 가상자산 거래소 지분 확보 경쟁이 빠르게 확산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