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결제주기를 현행 거래일 기준 이틀 뒤(T+2)에서 하루 뒤(T+1)로 단축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된다.

투자자 자금 회전 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자본시장 인프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외환 인프라 정비와 대규모 시스템 개편, 야간 근무 확대에 따른 노사 합의 등 선결 과제가 만만치 않아 실제 시행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KRX)와 한국예탁결제원(KSD)은 이달 중 결제주기 단축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업계·전문가·개인투자자 등 각계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두 기관은 금융투자협회와 함께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일까지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서 현지 실사를 마쳤다. 뉴욕에서는 결제 인프라 기관 DTCC, 투자자협회 SIFMA, 씨티은행 등과, 런던에서는 금융감독청(FCA)·결제 인프라 기관 유로클리어(Euroclear) 등과 T+1 이행 경험과 리스크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매도한 투자자는 체결일로부터 이틀 뒤에야 대금을 수령할 수 있다. 매수자는 거래 당일 증거금만 납부한 뒤 이틀 안에 잔액을 내면 되는 구조다. T+1이 도입되면 이 사이클이 하루 앞당겨져 매도 다음 날 대금이 입금된다.

논의에 불이 붙은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주식은 오늘 팔았는데 왜 돈은 모레 주냐"며 직접 결제주기 단축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정은보 거래소 이사장도 당시 "유럽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T+1 결제주기 단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준비 단계에서는 내년 10월쯤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글로벌 추세도 전환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미국은 2024년 5월 T+1 체계를 시행했고, 영국과 유럽연합(EU)은 2027년 10월 도입을 목표로 10여 개 분과별 워킹그룹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내년 4분기 추진 계획을 밝힌 상태다.

다만 시행까지의 과제는 간단치 않다. 핵심 변수는 외국인 투자자를 둘러싼 외환 인프라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 거래 후 원화 환전을 병행해야 하는데, 결제 기간이 하루로 줄면 시차를 감안할 때 사실상 거래 당일 새벽에 결제를 지시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 운영 시간이 24시간으로 확대되지만,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의 정식 가동은 2027년을 목표로 하고 있어 시간적 불일치가 발생한다.

만약 한국 시장만을 위한 별도 야간 데스크를 운영하지 않을 경우, 외국인 자금이 일본·대만·홍콩 등 아시아 다른 시장으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23년 연구용역에서 "아시아 주요국과 단축 시기를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한아름 자본연 선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환 및 증권 결제 간 시차 문제를 독립적인 정책 과제로 설정하고 환전 편의성 제고 방안을 병행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개편 부담도 크다. 거래소·예탁원·증권사·자산운용사·은행 등 국내 금융 인프라 전반의 결제 프로세스를 전면 재설계해야 하며, 결제 시간 단축에 따른 야간 업무 증가로 금융업계 노동조합과의 합의도 선행돼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결제주기 단축의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시스템 개발과 외국인 투자자 문제를 고려하면 단기간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럽 시행 시기에 맞춰 유관기관 워킹그룹을 통해 신속히 제도를 정비하겠다"며 "외환 유동성과 투자자 관행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