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소별 가격 초기화 시점 노려 고가 매수 주문… 상승률 1위 조작해 투자자 유인
  • 사전 매집부터 차익 실현까지 치밀한 계획 범죄… 수십 개 종목 돌려가며 조작 반복
가상자산 거래소의 시스템 맹점을 악용해 불과 몇 분 만에 거액의 시차익을 챙기고 사라지는 이른바 '경주마 효과' 시세조종 세력이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특정 시각(○○시 정각)마다 발생하는 ‘경주마 효과’를 이용해 매매를 유인하고 통상 3분 이내 차익실현을 완료한 초단기
시세조종 사건의 혐의자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가상자산 거래소의 시스템 맹점을 악용해 불과 몇 분 만에 거액의 시차익을 챙기고 사라지는 이른바 '경주마 효과' 시세조종 세력이 금융당국에 덜미를 잡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열린 제5차 정례회의에서 특정 시각에 집중되는 매수세를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자를 수사기관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이번 사건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 이후 당국이 이상 거래를 정밀 추적해 엄중 조치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번에 적발된 시세조종 기법은 가상자산 가격 변동률이 일괄적으로 초기화되는 '정각(00시 또는 09시 등)'을 노린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들이 거래소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상승률 최상위 종목에 시선을 집중하는 현상을 범죄에 이용했다. 혐의자는 특정 코인을 저가에 미리 매집해둔 뒤, 정각이 되는 순간 수억 원대의 고가 매수 주문을 단 한 차례 제출해 해당 종목을 강제로 상승률 1위에 등극시켰다.

범행은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다. 급등하는 그래프를 보고 일반 투자자들이 추격 매수에 나서면, 혐의자는 매수세 유입 초기인 평균 10초 이내에 보유 물량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통상 3분 이내에 전량 매도를 완료해 고점에서 개미투자자들에게 물량을 떠넘기고 시장을 빠져나가는 수법을 썼다. 조사 결과, 혐의자는 수십 개의 종목을 대상으로 동일한 패턴을 반복하며 하루에 한 종목씩 가격을 급등시키는 계획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불공정거래 예방 시스템이 일부 미흡했다는 점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각 거래소는 지난해 4분기부터 예방조치 대상 거래 유형을 7개로 표준화하고, 이상 거래 반복 시 주문 제한 조치를 가중하는 등 강화된 이용자 보호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이용자들은 거래소로부터 예방조치 통보를 받을 경우 본인의 매매 패턴을 점검해 의도치 않은 불공정거래에 휘말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당국은 특정 시간대 급등하는 종목을 일반적인 수요·공급에 의한 현상으로 신뢰해 무분별하게 추종 매수할 경우 심각한 투자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고가 매수 주문을 단 한 차례만 제출하더라도 매매 유인 목적이 인정되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시장 감시 기능을 더욱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