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량 감시 반대하다 ‘공급망 위험’ 낙인찍힌 앤트로픽
  • 샘 알트만의 ‘무조건적 투항’ 비판한 다리오 아모데이, “이란 공습에 기술 활용” 폭로 속 AI 윤리 최후방 사수
인공지능(AI) 업계의 윤리적 보루로 불리는 앤트로픽(Anthropic)이 미국 국방부(DoD)와 중단되었던 협상을 전격 재개하며 워싱턴 정계와 실리콘밸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 (사진=연합뉴스)

인공지능(AI) 업계의 윤리적 보루로 불리는 앤트로픽(Anthropic)이 미국 국방부(DoD)와 중단되었던 협상을 전격 재개하며 워싱턴 정계와 실리콘밸리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번 협상은 앤트로픽이 정부의 ‘대량 감시’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공급망 위험 요소’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힐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어서, 단순한 비즈니스 계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는 에밀 마이클 국방부 연구·공학 차관과 직접 만나 자사 AI 모델 사용에 관한 새로운 계약 조건을 논의 중이다. 양측은 당초 앤스로픽의 기술이 대규모 감시 활동에 투입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계약 문구를 두고 극심한 이견을 보이며 협상이 결렬된 바 있다.

아모데이 CEO가 사내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 따르면, 국방부는 ‘대량 획득 데이터 분석’과 관련된 핵심 금지 문구를 삭제할 것을 요구하며 앤트로픽을 압박했다. 앤트로픽이 이를 거부하자, 트럼프 행정부는 통상 중국 기업에 적용되는 ‘공급망 위험’ 지정을 검토하며 강도 높은 제재를 예고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 기관의 앤트로픽 기술 사용 중단을 명령하기도 했으나, 6개월의 유예 기간 중 앤트로픽의 AI 도구가 이란 공습 작전에 활용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윤리적 논란은 더욱 증폭되었다.

이번 사태는 경쟁사인 오픈AI(OpenAI)와의 감정 싸움으로도 번지고 있다. 아모데이는 메모를 통해 오픈AI의 메시징을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규정하며, 샘 알트만 CEO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준 이른바 ‘독재자 스타일의 찬양’이 양사의 운명을 갈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오픈AI는 앤트로픽이 국방부와 마찰을 빚는 틈을 타 신속하게 정부 계약을 체결했으며, 알트만은 SNS를 통해 “앤트로픽이 우리와 같은 조건이었다면 당연히 동의했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오픈AI는 미국인 대상 대량 감시에 기술을 쓰지 않겠다는 조항을 추가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군사적 작전 결정권에 대해서는 “우리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샘 알트만은 직원들에게 “이란 공습은 좋고 베네수엘라 침공은 나쁘다는 식의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앤트로픽의 ‘클로드(Claude)’는 이러한 정부와의 대립각 속에서도 애플 앱스토어 무료 앱 순위 1위를 차지하며 챗GPT를 제치는 등 대중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결국 이번 재협상의 핵심은 AI 기업이 국가 안보라는 명분 아래 어디까지 기술 통제권을 양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앤트로픽이 국방부의 압박을 이겨내고 자신들이 고수해온 ‘세이프가드’를 계약서에 관철할 수 있을지, 아니면 거대 자본과 권력 앞에 무릎을 꿇을지 전 세계 테크 산업계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