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中 정부, 극한 할인 단속하며 업체 구조조정 압박…수출 급증으로 통상 마찰 우려
  • 韓 완성차업계 “테슬라·BYD에 맞서 기술·브랜드 경쟁력 강화가 돌파구”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 전시된 BYD. (사진=연합뉴스)

중국 전기차(EV) 산업이 과열된 가격 전쟁으로 위기에 몰리자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내권(內卷·과도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러한 무분별한 할인 경쟁이 수익성 악화와 공급망 압박, 나아가 세계 시장에서의 무역 갈등까지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BYD, 니오(NIO) 등 주요 기업들은 수익성을 희생하면서까지 해외 수출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올해 1~8월 중국의 자동차 수출은 430만 대, 이 가운데 전기차만 150만 대로 급증해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 내 가격 전쟁이 심화되자 정부는 부품업체 대금 60일 내 지급 의무화, 과장 광고 단속 등 압박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업계는 여전히 “시장 점유율 확대가 곧 생존”이라는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업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면서도 쏟아지는 지방정부 보조금과 자본시장 지원 때문에 단기적 대규모 재편은 쉽지 않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중국발 가격 전쟁은 한국 전기차 업계에도 직접적 파급 효과를 미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시장에서 BYD, 테슬라와 함께 최대 격전지를 형성하고 있으며, 배터리 분야에서도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 전기차·배터리 합작 공장을 가동하며 IRA(미 인플레이션 감축법) 대응에 나섰고, 유럽에서는 중형 SUV 전기차를 앞세워 판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역시 북미·유럽 전기차 생산기지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국내 전기차 수출은 완성차 기준 상반기 97억 달러(전년 대비 20%↑)를 기록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그러나 중국산 저가형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가격 경쟁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한국 완성차 업계는 ‘저가 전략’이 아닌 고성능 배터리, 소프트웨어, 브랜드 신뢰도를 앞세운 차별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은 물량과 가격으로, 한국은 품질과 기술로 맞서는 구도가 뚜렷하다”며 “전기차 전환기 시장에서 어떤 경쟁력이 장기적 우위를 점할지가 관건”이라고 평가한다.

중국의 ‘반(反) 내권’ 정책은 국내 업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극한의 가격 경쟁 대신 기술 혁신과 품질 경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재편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SDV), 전용 전기차 플랫폼, 고성능 배터리 기술이 향후 해외 시장에서 더 큰 무기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이 수출 공세로 글로벌 전기차 판도를 흔드는 가운데, 한국 전기차 업계는 ‘기술력·브랜드 가치·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정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결국 세계 전기차 패권 경쟁은 단순 가격이 아닌 혁신 역량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