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장기화 여파로 지난달 국내 취업자 수가 1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며 고용시장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2026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취업자는 2천912만명으로 1년 전 같은 달보다 4만명 줄었다. 취업자 수가 뒷걸음질 친 것은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내수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던 2024년 12월(-5만2천명) 이후 처음이다. 올해 들어 1월 10만8천명, 2~3월 20만명대로 증가세를 이어가던 흐름은 4월 7만4천명으로 크게 꺾인 데 이어 결국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63.3%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p) 떨어졌다. 낙폭은 2021년 2월(-1.4%p)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컸으며, 4월(-0.2%p)에 이어 2개월 연속 하락이다.

제조업 타격 가장 심각…2019년 이후 최대폭 감소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달 제조업 취업자는 14만명 감소해 23개월 연속 내리막을 걸었다. 감소 폭은 직전 달(-5만5천명)의 두 배를 웃돌며 2019년 2월(-15만1천명)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데이터처는 중동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과 원자재 수급 불안, 수출 차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했다.

빈현준 국가데이터처 사회통계국장은 "식료품, 자동차 업종의 취업자 감소 폭이 확대됐다"며 "취업자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용 유발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아 전체 일자리 지표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농림어업(-12만1천명)과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8만9천명)도 취업자가 줄었다. 전문직 분야는 6개월 연속 감소세로,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신입 채용 위축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으나 정부는 직접적인 인과 관계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내수 지표와 연동되는 도소매업도 3만6천명 줄어 3개월째 감소했다.

반면 보건·사회복지업(+21만2천명)은 증가세를 유지했고, 숙박음식점업(+2만명)은 7개월 만에 반등했다.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4만4천명)과 운수창고업(+3만6천명)에서도 취업자가 늘었다. 국가데이터처는 일부 고유가 피해지원금 집행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했다.

청년 취업자 코로나 이후 최대폭 감소

고용 취약계층인 청년층(15~29세)의 부진은 더욱 뚜렷했다. 청년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5만5천명 감소해 코로나19 충격이 극심했던 2021년 1월(-31만4천명)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청년 고용률도 43.8%로 같은 기간 2.4%p 떨어지며 마찬가지로 2021년 1월(-2.9%p)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을 나타냈다. 40대 취업자도 4만3천명 감소했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17만1천명), 30대(+6만2천명), 50대(+2만5천명)에서 증가세가 이어지며 고령층이 고용시장을 떠받치는 구조적 편중 현상이 지속됐다.

실업자는 87만8천명으로 2만5천명 늘었고, 실업률은 2.9%로 0.1%p 올랐다. 비경제활동인구는 26만4천명 증가했으며, 뚜렷한 구직 의사 없이 '쉬었음'으로 분류된 인구도 4만7천명 늘었다.

정부 "청년뉴딜 속도, 에이전틱 AI 교육 신설"

고용 지표 악화에 정부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 관계 장관 간담회를 주재하고, 중동전쟁발 경영난이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계 부처에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구 부총리는 "고용 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청년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제조·건설·농어업 등 업종별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청년뉴딜 정책의 핵심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 한편, 하반기 중 에이전틱 AI 등 첨단 분야에서 청년 1천명 이상을 대상으로 전문 교육 과정을 신설할 방침이다. 또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요건을 완화하고, 지역 맞춤형 일자리 사업을 지원하는 '버팀이음' 사업을 병행 추진 중이다.

고용위기지역·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일자리 창출 기업 인센티브 강화 등 재정 지원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AI 전환(AX)·녹색전환(GX) 등 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 수립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