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이틀 연속 공습을 주고받으며 4월 이후 유지돼 온 휴전 체제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현지시간 10일 오후 5시 15분(한국시간 11일 오전 6시 15분) 공식 엑스(X) 계정을 통해 "이란 내 복수의 목표물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자위적 공격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공격이 "이란의 부당하고 지속적인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라고 설명했다. CBS뉴스는 미 당국자 2명을 인용, 이번 공습이 탄약고·지휘통제 시설·창고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전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폭탄으로 협상해야 한다면 우리는 폭탄으로 협상할 것"이라며, 이번 추가 공습이 종전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 수단임을 분명히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합의에 매우 근접했지만 이란은 계속 시간을 끌고 있다"며 이란의 협상 태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란은 즉각 맞대응에 나섰다. 이란군 통합 지휘 기구인 하탐 알안비야 중앙군사본부는 1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폐쇄를 선언하고 유조선·상선을 포함한 모든 선박의 통항을 금지했다. 이란군은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은 발포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현지 매체들은 통항 금지 조치 위반 선박 두 척에 실제 발포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전날인 9일에도 미군은 해협 인근 이란 방공 시설·지상 관제소·감시 레이더 기지를 정밀 유도 무기로 타격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이에 맞대응해 바레인·요르단·쿠웨이트 내 미군 기지를 미사일·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상공을 순찰하던 미 육군 AH-64 아파치 공격헬기가 이란 드론의 공격을 받고 격추된 사건이다. 미 당국은 해당 공격이 의도적으로 이뤄진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탑승 조종사 2명은 사고 약 2시간 만에 무사히 구조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두 조종사 모두 안전하다"고 확인했다.

한편 이란 관영 매체 프레스TV는 10일(현지시간) 미군 공습으로 호르모즈간주(州) 시리크 일대 10개 마을의 식수 공급이 끊겼으며, 2만여 명의 주민이 45~50도에 이르는 폭염 속에 단수 피해를 겪었다고 보도했다.

이란이슬람공화국방송(IRIB)은 담수화 공장과 식수 탱크가 파괴됐다고 전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에스마일 바가이는 이를 "계산된 전쟁범죄이자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다만 이란 현지 당국은 이동식 탱크를 활용해 공습 12시간 만에 식수 공급을 재개했다고 밝혔다.

미 중부사령부는 공습 대상으로 방공·지상통제소·감시 레이더 시설만을 공식 발표했으며, 민간 시설은 공격 목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중부사령부 공보 담당자는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의 관련 문의에 "피해 보도를 인지하고 있다"고만 답하고 추가 정보는 제공하지 않았다.

미국과 이란은 8일(현지시간) 파키스탄의 중재로 휴전에 합의하고 종전 협상을 이어왔으나, 교착 상태가 지속되던 중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

카타르 중재단이 10일(현지시간) 테헤란에 도착해 협상 국면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으나, 이틀 연속 공습과 해협 전면 봉쇄 선언이 맞부딪히면서 종전 협상의 앞날은 한층 불투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