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더 이상 중장년층만의 질환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50세 미만 젊은 층의 암 발생률이 빠르게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20·30대 대장암 환자가 5년 만에 80% 이상 급증하면서 정부가 뒤늦게 대응 체계 정비에 나섰다.
2030 대장암·갑상선암, 5년 새 최대 114% 폭증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30대 대장암 환자 수는 2020년 3,633명에서 2024년 6,599명으로 81.6% 급증했다. 특히 20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져 남성은 114.5%, 여성은 92.6% 늘었다. 30대 역시 남성 84.0%, 여성 70.4%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갑상선암도 같은 기간 20~30대 환자가 5만 3,702명에서 6만 1,241명으로 14.0% 증가했다. 20대 남성은 35.0% 늘어 전 연령대 중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서구화된 식습관과 비만율 상승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2023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29세 비만율은 2014년 23.9%에서 2023년 33.6%로, 30~39세는 31.8%에서 39.8%로 각각 상승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증가폭을 보였다. 정진흥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검진센터 원장은 "젊은 층은 고령층보다 암세포 분열 속도가 빨라 진행이 급격한 경우가 많다"며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검진 사각지대 해소다. 현재 국가 대장암 검진은 50세부터 시작되어 20·30대는 사실상 검진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국가암관리위원회를 열고 '제5차 암관리종합계획(2026~2030)'을 심의·의결했다. 계획에 따르면 대장암 검진 시작 연령을 현행 50세에서 45세로 낮추고, 분변잠혈검사 대신 대장내시경을 국가암검진 기본 검사로 도입해 45~74세 성인에게 10년 주기로 내시경 검사를 권고할 방침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6대 암 조기진단률을 6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2019년부터 5년간 진행한 대장내시경 검사 시범사업 결과, 조기 발견 지표인 '국한 단계' 대장암 발견율이 57.14%로 중앙암등록통계(39.8%)보다 높게 나타났다. 시범사업 참여자의 46%는 해당 검사가 생애 첫 대장내시경이었다.

전 세계적 추세…14개 암종 50세 미만서 발생률 상승
한국의 상황은 전 세계적 흐름과 맞닿아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가 2025년 5월 학술지 '캔서 디스커버리'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33개 암종 중 14개 암종의 발생률이 50세 미만 연령층에서 증가했으며, 여성 유방암·대장암·신장암·자궁암·췌장암·림프종 등이 포함됐다. 미국 암학회(ACS)는 2025년 1월 발표에서 50세 미만 여성의 암 발생률이 남성보다 82% 높다고 밝혔으며, 이는 2002년 51% 대비 크게 벌어진 수치다.
미국은 대장암 검진 시작 연령을 50세에서 45세로 낮춘 결과, 해당 연령대 검진률이 62% 증가하고 발견된 암 사례 비율도 1%에서 12%로 높아졌다. 국제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는 현재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50년까지 조기발병 암 발생률이 12.8%, 사망률이 12.9%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적 대응과 함께 생활습관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채소·통곡물 중심의 식단 유지, 가공육·정제 탄수화물 섭취 감소, 주 15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 금연·절주가 핵심으로 꼽힌다. 가족력이 있거나 배변 습관 변화·원인 불명의 체중 감소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검진 권고 연령 이전이라도 즉시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의료계는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