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은, 국감서 부동산·환율·가계부채 모두 경계 신호
  • 10월 금통위 ‘동결 가능성’ 무게…“대내외 불확실성 여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결정을 사흘 앞두고 부동산 시장 과열과 1,400원대 환율 급등세를 동시에 언급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경기 완화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지만, 가계부채 확대와 외환시장 불안이 겹치면서 이번 달 금융통화위원회(23일)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 모두발언에서 “수도권 주택시장이 9월 이후 다시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주택 구입 목적의 가계대출 흐름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초반까지 오르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이 같은 거시 불안 요인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업무현황에 따르면, 서울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는 6월 124에서 7월 110으로 하락했지만 8월(113), 9월(115)로 두 달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6월 4주차 0.43%에서 8월 4주차 0.08%까지 둔화했던 흐름이 9월 5주차에는 다시 0.27%로 반등했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9월 기준으로 7~8월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주택거래가 활발해지고 가격상승 기대가 커질 경우, 대출 수요 확대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재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금융권 전체 가계대출은 9월 말 기준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내며, 연초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외환시장 불안도 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 총재는 “최근 한·미 관세 협상 불확실성과 미 달러 강세 여파로 원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며 “환율 상승세가 자본 유출 우려로 번지지 않도록 안정화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초반대에서 등락을 반복했으며, 미 국채 금리 상승과 수출경기 둔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안팎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사실상 ‘금리 동결 시그널’로 해석된다. 물가상승률이 여전히 2%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반등 조짐을 보이는 부동산시장과 환율 급등세로 인해 성급한 인하보다는 “안정 기조 유지”에 방점이 찍혔다는 것이다. 실제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3.5% 기준금리를 유지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이 총재는 “한은은 그간 가계부채와 환율 등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인하 속도를 조절해왔다”며 “향후 통화정책 역시 경기, 물가, 금융안정의 균형점을 검토하면서 신중하게 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주식시장, 성장률, 가상자산 정책 등 주요 현안에 대한 견해도 내놨다.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코스피 상승률이 주요국 중 가장 높지만, 미국 테크기업 고평가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조정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규제와 관련해 “통화·외환·금융당국 외에도 범부처 차원의 협업 조직이 필요하다”며 금융 규제 체계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는 “소비쿠폰 지급 등으로 민간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미·한 간 관세 협상이 외부 충격으로 작용하면서 금년 성장률을 0.45%포인트, 내년은 0.6%포인트 낮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