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에 대해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공개 사과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과 관련 사과 인사를 하고 있다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 사과하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다"며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리며 여러분들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을 일일이 언급하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정 회장은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5분간 사과문을 낭독하며 세 차례 허리를 숙였다. 2024년 3월 회장 취임 이후 공개 석상에서 직접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이은 두 번째 사과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체계를 근본부터 재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며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겠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 퇴장 이후 진행된 진상조사 결과 발표에서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해당 임직원이 고의성을 갖고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사 과정에서 일부 직원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해 내부 조사에 법적·절차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룹 측에 따르면 이번 마케팅은 커머스팀 소속 5명이 기획했으며,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의 결재를 거쳐 최종 확정됐다. 결재 과정에서 '탱크데이', '책상에 탁' 등 문구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었고, 첨부파일을 확인하지 않은 채 결재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전 부사장은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며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 관리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 제기된 '탱크 텀블러가 계엄군 탱크를 상징하고, 503㎖ 용량이 특정 인물의 수인 번호를 암시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탱크 텀블러는 해외 제조사가 물탱크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제품이며, 503㎖는 17온스를 환산한 수치"라고 해명했다. 해당 제품은 2023년부터 한국을 비롯해 호주, 태국 등에서 동일 용량으로 판매되어 왔다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은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수사에서 고의성이 확인될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각 해고하고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탱크데이' 행사를 진행해 논란이 불거진 지 8일 만에 그룹 CEO가 직접 나서 재차 사과한 것이다.

5·18 관련 단체들은 이날 정 회장의 사과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며 일제히 비판하고, 구체적인 책임 조치와 충분한 반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전날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유족 27명을 대상으로 고소인 조사를 진행해 정 회장 등에 대한 처벌 의사를 확인했으며, 이로써 수사가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