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금리 급등에 묶였던 자금 다시 은행으로…5대 시중은행 잔액 944조 원 돌파하며 반등 성공
  • 은행채 금리 0.7%p 오를 때 코픽스는 요지부동…자금 조달비용 상승에 대출 차주 이자 부담 경고등
투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동안 위험 자산으로 흘러가던 시중 자금이 다시 은행 예금으로 급격히 회귀하고 있다.
시중은행 예금창구. (사진=연합뉴스)

투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동안 위험 자산으로 흘러가던 시중 자금이 다시 은행 예금으로 급격히 회귀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연 3.6% 선을 돌파하는 등 수신 금리 매력도가 커지자 목돈을 안전하게 굴리려는 대기 수요가 대거 유입되는 양상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금융권 수신 경쟁의 신호탄을 쏜 곳은 SC제일은행으로, 대표 상품인 ‘e-그린세이브예금’의 1년 만기 최고 금리를 기존 연 3.50%에서 이달 들어 연 3.65%까지 전격 인상했다. 이는 현재 국내 은행권 정기예금 상품을 통틀어 가장 높은 수준의 금리 혜택이다.

이 같은 고금리 기조는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으로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광주은행의 ‘굿스타트예금’이 연 3.53%의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뒤를 바짝 쫓고 있으며, 전북은행의 ‘JB 123 정기예금’이 연 3.41%, 제주은행의 ‘J정기예금’이 연 3.40%의 금리를 각각 형성 중이다. 비대면 금융을 선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역시 일제히 연 3%대 중반에 안착했다. 케이뱅크의 ‘코드K 정기예금’이 연 3.41%를 기록한 가운데 카카오뱅크의 정기예금 상품이 연 3.40%의 이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토스뱅크가 선보인 ‘먼저 이자 받는 정기예금’도 연 3.20%의 금리를 보장하며 가입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대형 시중은행의 움직임도 분주해져 신한은행의 ‘신한 My플러스 정기예금’이 연 3.00% 고지를 밟았고, 다른 주요 시중은행의 주력 상품들 역시 연 2.90%에서 2.95% 사이를 형성하며 조만간 연 3%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수신금리의 전반적인 우상향 기조는 그간 감소세를 보이던 은행권 정기예금 잔액을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려세웠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 변동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달 29일 기준 총잔액은 944조 7,161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 말 집계된 937조 1,834억 원과 비교했을 때 불과 한 달 사이에 무려 7조 5,327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뭉칫돈이 은행으로 새로 유입되었음을 보여준다. 지난 1월 936조 원대에서 2월 946조 원대로 반짝 증가한 이후 두 달 연속 자금 이탈 현상이 발생했으나, 수신 이자율이 전격 매력적인 수준으로 리밸런싱되면서 금융소비자들이 다시 예금 통장으로 고개를 돌린 셈이다.

최근 은행들이 앞다투어 수신 금리를 끌어올린 배경에는 채권 시장의 발행 금리 급등세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가 발표한 자금 시장 지표를 보면, 1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급)의 금리는 지난 2일 기준 연 3.484%까지 치솟았다. 이는 올해 초인 1월 2일 당시 연 2.780%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수개월 만에 0.7%포인트가량 수직 상승한 수치다. 중동 지역의 장기화된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하반기 중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는 매파적 관측이 채권 시장의 금리를 강하게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같은 시장 금리의 가파른 상승 폭과 비교해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의 상승 속도는 아직 상대적으로 더딘 편이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올해 1월 연 2.77%에서 4월 연 2.89%로 상승하며 단 0.12%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고, 같은 기간 기존 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삼는 잔액 기준 코픽스 역시 연 2.85%에서 연 2.87%로 겨우 0.02%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1년 만기 은행채 금리가 0.7%포인트 급등하는 동안 코픽스 지수의 반영 시차는 대단히 좁은 범위를 유지한 형태다. 그러나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 금리 인상이 곧 직접적인 조달 비용 확대를 의미하는 만큼, 누적된 자금 조달 비용의 부담은 머지않아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금리를 동시에 밀어 올려 변동금리를 이용 중인 대출 차주들의 이자 상환 압박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