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8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8연속 동결하며 통화정책 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신현송 총재가 지난 4월 21일 제28대 총재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회의에서 동결 결론이 나오면서, 기준금리는 작년 7월 10일 이후 차기 회의일인 오는 7월 16일까지 약 1년간 연 2.50% 수준에 머무르게 됐다.

이번 동결의 가장 큰 변수는 중동 정세였다. 지난 2월 발발한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이 90일을 넘기면서 60일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둘러싼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협상이 타결될 경우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지만, 반대로 확전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시장 충격이 재연될 수 있다. 한은이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신중한 자세를 유지한 배경이다.
다만 시장의 시선은 이미 '동결' 자체가 아니라 그 다음 수순을 향하고 있다. 금통위원들이 회의에 앞서 잇따라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발언을 내놓으며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돼온 신성환 전 금통위원도 퇴임 직전인 11일 간담회에서 물가 우려가 큰 만큼 인하 논의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신 전 위원 후임으로 합류한 김진일 금통위원은 15일 취임 직후 보험 차원에서라도 소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이 같은 기류 변화의 배경에는 국제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자리한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월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같은 달 원재료 가격은 28.5% 급등해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4월 2.6% 상승하면서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 수준인 2.0%를 웃돌았다. 특히 석유류 가격이 21.9% 뛰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인 2022년 7월(35.2%) 이후 3년 9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나타냈다. 1월과 2월 2.0%에 그쳤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2.2%, 4월 2.6%로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고, 한은은 5월 상승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장 흐름은 정반대로 호조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 속보치)이 1.7%로 한은이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0.9%)의 두 배에 육박하면서,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대폭 끌어올렸다. 반도체 수출 호조가 결정적 동력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코스피는 8,200선을 웃돌며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요 측면의 물가 상방 압력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환율과 부동산도 다시 들썩이고 있다. 이달 초 1,440원대까지 내렸던 원·달러 환율은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 등의 영향으로 반등해 22일 장중 1,520원 부근까지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0.31% 상승해 3주 연속 오름폭이 확대됐다. 이는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밝힌 1월 넷째 주(0.31%)와 같은 수준이다.
신 총재는 이날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짚으며 향후 통화정책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에서는 7월 회의 결과와 함께, 신 총재 체제의 첫 정책 색채가 어떻게 구체화될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부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