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세계적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여성을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첫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다. 출판사 신초사(新潮社)의 공지에 따르면 신작의 제목은 '카호 The Tale of KAHO'이며, '카호'는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이다.

하루키는 1979년 데뷔 이후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1Q84' 등 수십 년에 걸친 장편 소설을 발표해 왔으나, 남성 1인칭 화자를 기본으로 한 서사 구조를 주로 유지해 왔다. 이번 '가호'는 그 같은 문학적 관행에서 벗어나 여성 인물을 단독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하루키 문학 50년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이번 장편의 출발점은 2024년 3월 와세다 대학 무라카미 라이브러리에서 열린 낭독 행사다. 하루키는 당시 소설가 가와카미 미에코와 함께 신작 단편을 낭독했으며, 이 단편이 이후 문예지 '신초(新潮)' 2024년 6월호(창간 120주년 기념 특대호)에 정식 발표됐다. 이 단편이 바로 '카호'의 원형이다.

이후 하루키는 같은 주인공을 등장시킨 속편 '무사시사카이의 개미핥기'를 '신초' 2025년 5월호에, '카호와 흰개미의 여왕'을 같은 해 11월호에 연달아 발표하며 '카호 시리즈'를 이어갔다. 신초사는 이 시리즈가 하루키의 오랜 집필 이력 중에서도 문예지에 이처럼 연작 형태로 규모 있게 글을 써 나간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하루키는 지난해 말 뉴욕에서 열린 행사 연설에서 "수 주 전에 막 탈고했다"고 직접 밝히며 신작 완성 사실을 공개했다.

하루키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주인공 카호에 대해 특별히 예쁘지도 특별히 영리하지도 않은 평범한 26세 여성이지만, 그를 둘러싸고 기묘한 일들이 잇달아 일어난다고 소개했다. 카호의 직업은 그림책 작가다. 시리즈 1편에서 그는 불쾌한 언행을 일삼는 낯선 남성과의 블라인드 데이트를 경험하고, 이후 속편에서는 개미핥기 부부와 조우하거나 어머니에게 흰개미의 여왕이 빙의됐다는 소식을 접하는 등 초현실적 사건들과 마주한다.

하루키는 해당 작품이 낙관적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첫 단편에서 주인공은 외모에 관한 혹독한 말을 듣게 되지만, 그 경험이 오히려 자기 이해와 성장의 계기가 된다는 구조다. 하루키가 여성 주인공을 통해 루키즘(lookism·외모지상주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것 역시 기존 작품에서 보기 어려웠던 시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하루키는 한국에서도 수십만 명의 열렬한 독자를 거느린 작가다. 2023년 발표된 그의 직전 장편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한국에서 같은 해 9월 문학동네를 통해 출간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기사단장 죽이기(2017)' 이후 6년 만의 장편이었던 이 작품은 일본 현지 출간 2개월 만에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한국 시장에서도 출간 즉시 서점 상위권에 진입했다.

새 장편 '카호'의 한국어판 출간 시기 및 출판사는 현재 확정되지 않았으나, 하루키의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루키의 대표작으로는 '1Q84', '해변의 카프카', '노르웨이의 숲' 등이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에서 수백만 부가 판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