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병 등 수면장애를 앓는 환자가 치매·파킨슨병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에 걸릴 위험이 최대 3.46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23일 국내 연구팀에 의해 발표됐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김태원 강사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이필휴 교수·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 박유랑 교수·인공지능융합대학 정다은 연구원 등 공동 연구팀은 영국의 대규모 건강 데이터베이스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서 수면장애 진단을 받은 3만여 명과 수면장애가 없는 14만여 명을 최대 30년간 추적 관찰·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알츠하이머스 앤드 디멘시아(Alzheimer's & Dementia, 영향력지수 11.1)'에 게재됐다.
분석 결과 수면장애가 있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신경퇴행성질환 발생 위험이 전반적으로 32%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별로는 파킨슨병 1.31배, 알츠하이머성 치매 1.33배, 혈관성 신경퇴행성질환 1.38배 순으로 위험이 증가했다.
수면장애 유형 가운데 '비렘수면(non-REM sleep) 사건수면'이 가장 위험한 것으로 확인됐다. 비렘수면이란 뇌가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깊은 수면 상태로, 이 구간에서 뇌가 불완전하게 깨어나면서 당사자 스스로 인지하지 못한 채 몸을 움직이는 몽유병이 대표적인 비렘수면 사건수면에 해당한다. 이 유형의 수면장애를 가진 환자는 신경퇴행성질환 발생 위험이 3.46배에 달했다. 수면은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핵심 회복 과정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비렘수면 상태에서 몸이 움직이는 수면장애가 뇌 회복을 방해해 신경퇴행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연구팀은 설명했다.
수면장애 유형별 위험도는 과수면(2.79배), 수면무호흡증(1.44배), 하지불안증후군(1.32배), 불면증(1.21배) 순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수면장애 환자 중에서도 평소 수면 관련 습관에 따라 신경퇴행성질환 위험도가 달라진다는 점도 확인했다. 낮잠을 자주 자는 군은 1.53배, 주간 졸림증이 빈번한 군은 1.6배, 아침 기상이 어려운 군은 1.81배 위험이 높았다. 특히 불면증 환자가 낮잠도 자주 자는 경우 위험도가 2.85배로 급격히 높아졌으며, 수면무호흡증 환자가 주간 졸림증을 함께 호소할 때도 위험이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신경퇴행성질환 발생 위험과 관련된 주요 행동 특성이 낮 시간대에 집중된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주목할 만한 결과다.
연구팀은 나이·성별·동반질환 등 기존 예측 변수에 수면장애 세부 유형 정보를 추가해 예측 모델을 구축한 뒤, 세브란스병원에서 수면다원검사를 받은 7,077명에게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 모델에 비해 판별력·보정 성능·임상적 유용성이 유의미하게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박유랑 교수는 수면장애 세부 유형 정보의 예측적 가치를 검증함으로써 신경퇴행성질환 조기 예측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는 "수면장애를 적극적으로 진단하고 관리하는 것이 향후 신경퇴행성질환 예방 전략에서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갈수록 악화하는 국내 수면 건강 실태와 맞물려 주목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4년 수면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130만 8,383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재경신했다. 2020년(103만 7,396명) 대비 4년 새 26% 증가한 수치다. 불면증 단독 진료비는 2020년 761억 원에서 2024년 1,118억 원으로 4년 새 47% 급증했으며, 9세 이하 아동에서 연평균 증가율이 41.4%로 가장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시간 실측 조사에서도 위기 신호는 뚜렷하다. 수면 전문 기업 텐마인즈가 앱 사용자를 대상으로 측정한 한국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50분으로, OECD 평균(8시간 22분)보다 1시간 32분 짧다. 에이슬립이 37만여 명의 2년치 실측 데이터를 분석한 '2026 대한민국 수면 리포트'에서는 실제 수면시간이 5시간 25분에 그쳐 수면 효율이 권장 수준을 밑돌았다. 대한수면연구학회는 수면장애가 치매 등 뇌질환과 직결되는 공공 보건 이슈라며 국가 차원의 정책적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수면 전문가들은 수면장애가 뇌 건강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