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당 휴대폰 부품업체 대표, 노동자 21명 생계 짓밟고 중국서 10년째 수사 회피
  • 홍콩발 경유지 인천서 체포… 고용노동부 “악의적 체불은 임금 절도, 무관용 원칙 엄단”
지독했던 10년간의 해외 도피 생활도 결국 공권력의 집요한 추적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지독했던 10년간의 해외 도피 생활도 결국 공권력의 집요한 추적 끝에 마침표를 찍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은 퇴직 노동자 수십 명의 생계가 걸린 임금과 퇴직금 5억여 원을 체불한 뒤 해외로 잠적했던 사업주 A씨를 구속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조치는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임금 체불 사업주에 대해 시간이 얼마나 흐르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사건의 발단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남 분당에서 휴대폰 카메라 센서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15년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 21명의 임금과 퇴직금 등 총 5억 1천여만 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당시 근로기준법상 퇴직 후 14일 이내에 정산이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A씨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중국으로 출국해 자취를 감췄다. 이후 A씨는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단 한 차례의 변제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수사 당국의 수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도 응하지 않는 등 파렴치한 행보를 이어왔다.

지명수배 상태였던 A씨의 꼬리가 잡힌 곳은 뜻밖에도 인천국제공항이었다. 최근 홍콩에서 출발해 인천공항을 경유하여 다시 중국으로 출국하려던 A씨의 신원이 입국 심사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현장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으며, 법원으로부터 구속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에 들어갔다. 조사 결과 A씨는 중국 체류 기간 중에도 수사 상황을 살피며 귀국을 의도적으로 피해 온 것으로 드러나 질 나쁜 범죄 행위로 규정됐다.

노동당국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경제적 갈등이 아닌, 노동자의 생존권을 침해한 '임금 절도' 행위로 규정하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임금 체불 발생 시 행정 지도나 시정 지시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 정부는 고액·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해 압수수색과 구속 등 강제 수사 기법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고 있다. 이번 A씨의 구속 역시 장기 잠적을 통해 사법 처리를 회피하려 했던 악의적 사업주들에게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전대환 성남지청장은 임금과 퇴직금이 근로자의 생계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임을 강조하며, 이를 고의로 가로채는 행위는 중대 범죄라고 천명했다. 당국은 앞으로도 해외 도피나 재산 은닉 등 죄질이 불량한 체불 사건에 대해 끝까지 추적하여 형사 책임을 묻는 한편, 피해 노동자들의 권리 구제를 위해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