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행심위 “사업기간은 실제 운영일 기준”… 근로복지공단의 지급 거부 처분 취소
  • 사업자 등록 이전부터 근로 제공 및 사업활동 있었다면 지급 요건 6개월 충족 인정
임금 체불 관련 새로운 행정 심판을 내린 국민권익위원회

근로자가 임금 체불로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했으나, 사업주의 ‘6개월 미만 운영’을 이유로 거절당한 사례에서 행정심판이 이를 뒤집었다.

행정당국이 사업 기간 산정을 ‘보험관계 성립일’이 아닌 실제 사업 개시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결정이 나온 것이다. 이로써 체불임금 구제의 막다른 길에 몰린 근로자들에게 행정심판이 새로운 해결 통로가 될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위원장 조소영)는 근로복지공단이 한 조선소 근로자 ㄱ씨의 간이대지급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이 “위법하고 부당하다며 이를 취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공단은 해당 사업장의 보험관계 성립일이 2023년 10월 10일이므로, 퇴직일(2024년 3월 21일) 기준 사업 기간이 6개월 미만이라는 이유로 간이대지급금 지급을 거부했다.

ㄱ씨는 2023년 1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선박 건조·수리업체 ㄴ회사에서 근무했으며, 퇴직 시 미지급된 826만 원의 임금을 받지 못해 민사소송에서 승소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에 간이대지급금을 신청했으나 거부당하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중앙행심위는 “임금채권보장법에서 정한 ‘6개월 이상 사업 운영’ 요건은 서류상의 보험 신고일이 아니라 근로자를 실제로 사용하며 사업을 운영한 시점부터 계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결서에서는 근로복지공단의 조사 결과와 사업의 연속성을 근거로, ㄴ회사의 실제 사업 개시 시점을 2023년 8월경으로 판단했다. 이는 ▴회사가 2023년 9월 1일 개업해 이미 영업을 시작한 점, ▴이전에 운영되던 ㄷ회사가 동일 업종·주소지에서 인적·물적 조직을 포괄 이전하며 사업이 그대로 이어진 점 등을 종합한 결과다. 이에 따라 ㄴ회사는 ㄱ씨의 퇴직일을 기준으로 이미 6개월 이상 사업을 운영한 것으로 인정됐다.

이번 재결로, 간이대지급금의 사업 기간 요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중앙행심위는 과거에도 사업주가 법인으로 전환되었거나, 기존 사업을 포괄 양수한 경우 등 실질적 사업 지속성이 확인된 사안에서 유사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간이대지급금은 근로자가 사업주의 도산 또는 미지급으로 임금·퇴직금을 받지 못할 때 국가가 이를 대신 지급하는 제도다. 단, 이 제도는 원칙적으로 사업이 6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업자 등록이나 보험관계 신고 시점이 실제 근로 제공일보다 늦어 근로자의 지급 자격이 제한되는 사례가 잦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번 재결이 “근로자가 생계 유지의 마지막 보루인 체불임금을 제때 지급받을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명확히 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조소영 위원장은 "근로자가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해 생활이 어려워지는 일이 없도록 대지급금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판단은 체불임금 피해 근로자들의 행정심판 청구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며, 근로복지공단의 지급기준 운용에도 변화를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