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적배당형 투자 53% 급증…IRP 수익률 상위권은 30% 넘기도
  • 연금 수령 비율도 처음으로 일시금 초과…고령화 시대 ‘노후 설계’의 변화
국내 퇴직연금의 총액이 400조원을 넘어섰다. (사진=연합뉴스)

2024년 대한민국 퇴직연금 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적립금 400조원을 넘어섰다.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2024년 퇴직연금 투자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431.7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12.9% 증가한 수치이며, 3년 연속 약 13%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퇴직연금의 운용 방식이 ‘저축’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뚜렷이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적배당형 상품에 투자된 금액은 75.2조원으로 전년 대비 53.3% 증가했다. 전체 적립금 중 실적배당형 상품의 비중은 2022년 11.3%에서 2024년 17.5%로 뛰어오르며, 가입자들의 투자 선호 경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연금 운용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214.6조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확정기여형 및 기업형 IRP(DC)가 118.4조원, 개인형 IRP가 98.7조원 순이었다. 특히 DC와 IRP의 적립금 비중은 꾸준히 상승 중으로, IRP는 2022년 17.2%에서 올해 22.9%까지 확대됐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도 주목할 만하다. 2024년 연간 수익률은 평균 4.77%로, 최근 2년간 물가상승률이나 정기예금 금리를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세부적으로는 실적배당형이 9.96%, 원리금보장형이 3.67%의 수익률을 기록해 두 방식 간 성과 격차도 뚜렷했다. 특히 개인이 직접 운용하는 IRP는 평균 5.86% 수익률을 보이며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반면, 수익률 분포를 보면 전체 가입자의 중간값은 3.2%로 평균보다 낮고, 대부분의 가입자는 2~4% 수익률 구간에 집중돼 있었다.

수익률이 높은 IRP 상품의 경우, 상위 1% 가입자는 33.2%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하위 10% 가입자는 수익률이 0.8%에 그쳤다. 이를 통해 개인의 투자 선택이 수익률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 본인의 수익률이 6.3%였다면 전체 중 상위 20%에 해당하며, 비교적 양호한 운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퇴직연금 수령 방식에서도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기존에는 퇴직 후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2024년 처음으로 연금 형태 수령이 금액 기준으로 일시금을 넘어섰다. 퇴직연금 수령을 개시한 57.3만개 계좌 중 13.0%(7.4만개)가 연금 수령을 선택했고, 금액 기준으로는 전체 수령액 19.2조원 중 57.0%인 10.9조원이 연금으로 수령됐다. 특히 계좌당 평균 연금 수령액은 약 1억 4,694만원으로, 적립금 규모가 클수록 연금 수령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한편, 정부는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가입자들을 위한 다양한 제도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디폴트옵션 제도’가 있으며, 이는 가입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아도 사전에 지정된 포트폴리오에 따라 자동으로 운용되는 방식이다. 또한, 다른 퇴직연금사업자로 상품을 그대로 옮길 수 있는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도 운영 중이며, 최근 6개월간 3.8조원 규모, 6만 5천건 이상이 이전됐다.

아울러 핀테크 업체의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활용한 IRP 투자일임 서비스도 일부 허용되어, 투자에 전문성을 갖춘 기술 기반 서비스의 활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기대 수익률을 높이고자 하는 가입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가 단순한 노후 보장 수단을 넘어, 개인의 투자 성향과 선택에 따라 자산을 적극적으로 불릴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저축’에서 ‘투자’로 전환하는 흐름 속에서, 퇴직연금의 운용성과는 이제 더 이상 금융회사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준비된 가입자일수록 더욱 윤택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