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분당 시장을 약 8년간 좌우해 온 10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식품 담합 카르텔이 검찰 수사로 전모를 드러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23일 대상, 사조CPK, CJ제일제당 법인과 해당 대표이사 등 임직원 21명, 전분당협회장 A씨 등 총 25명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2017년 7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국내 전분당 및 그 부산물의 판매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전분당은 옥수수 등을 원료로 제조되는 전분과 물엿·과당·올리고당 등 당류를 총칭하며, 과자·음료·유제품은 물론 제지·섬유 산업에까지 광범위하게 쓰이는 식품 기초소재다.
전분당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대상·CJ제일제당·삼양사·사조CPK 등 4개사 팀장들은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물엿·과당 등 품목별 목표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뒤, 각 사가 서로 다른 날짜에 공문을 발송하는 방식으로 담합 사실을 위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들이 목표가와 각 사 인상금액, 공문 시행일 등을 정리한 화이트보드 사진이 실물 증거로 확보됐다.
포스코 같은 대형 수요처 입찰에서는 3차 입찰까지 진행될 것을 예상하고 1차부터 3차까지 제시할 금액을 업체별로 사전에 합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서울우유·농심 등 대형 수요처가 발주한 입찰에서도 담합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담합의 결과로 전분 가격은 담합 이전 대비 최고 73.4%, 당류 가격은 최고 63.8% 각각 인상됐다. 검찰은 이로 인한 가격 상승분이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됐다고 분석했다.
나희석 부장검사는 "통상 식품업계 영업이익률은 4~5%에 불과하지만, 전분당 업체들은 담합을 통해 실제 영업이익률 10% 이상을 초과 달성하는 등 막대한 경제상 이익을 취득해 왔음을 수사 과정에서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설탕 담합 수사가 시작되자 전분당 업체 관계자들이 "우리처럼 훈련이 됐었어야 하는데 거기서 자료가 싹 나와버린 것 같다", "교육받았는데 실형 산 사람은 없다"는 취지의 대화를 주고받은 녹취가 검찰에 확보됐다. 전직 임원이 수사 착수 직후 현직 직원에게 휴대전화 교체 여부를 문의한 사실도 드러났다. 1위 업체가 내부적으로 제작한 '담합방지가이드북'에는 내부 메신저와 문자 메시지도 담합의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경고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담합에 가담한 4개사 중 삼양사는 수사에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이번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추후 공범자들의 재판 경과를 지켜본 뒤 최종 처분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 부장검사는 "서민경제를 교란한 담합 사범은 반드시 엄벌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를 다시 한번 시장에 전파하겠다"며 "공정한 경쟁 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