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17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비군사용 선박에 한해 일시 개방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를 '영구 개방 합의'로 규정하면서 양측 발표 내용이 엇갈리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자신의 엑스(X. 구 트위터) 계정에 "레바논 휴전 상황을 반영해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란 항만해사청이 지정한 '조정된 경로'를 따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해당 경로는 오만 무산담과 가까운 기존 항로가 아닌 이란 라라크섬 옆을 지나는 노선이다.

이란군 고위 당국자도 국영 IRIB 방송을 통해 통행 허용 방침을 확인하면서도 "군함 등 군사 성격의 선박은 여전히 통과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비군사용 선박의 경우에도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만 지정 경로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라그치 장관의 선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이 완전히 열렸다고 발표했다"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이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는 절대 폐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이 해협은 더 이상 세계를 상대로 한 무기로 활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란 측은 개방이 아라그치 장관이 언급한 휴전 상황과 연계된 한시적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라그치 장관이 언급한 '휴전'이 미·이란 간 2주 휴전인지 이스라엘·레바논 간 열흘 휴전인지조차 명확하지 않아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미국과 이란 간 첫 고위급 대면 협상은 지난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열렸으나 합의 없이 종료됐다. 당시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 측 협상단을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협상은 계속 진행 중이고 주말(18∼19일) 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대부분의 주요 쟁점은 이미 마무리됐으며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중단 기간을 묻는 질문에 "기간은 없다. 무기한"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 내 지하시설에 들어가 농축 우라늄을 중장비로 파내 미국으로 회수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이란 측은 "농축 우라늄은 어디로도 이전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해 핵물질 처리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입장 차가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요한 차이가 그리 많지는 않다"며 낙관론을 유지했다.
한편 이란이 합의 이행을 조건으로 해협 개방을 연계한 점도 변수다. 이란 국가안보최고위원회(SNSC) 소식통은 이란 파르스 통신에 "해상 봉쇄가 계속될 경우 이를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고 호르무즈 해협 통행로를 즉각 다시 폐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협정 서명 전까지 이란에 대한 해군 봉쇄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해 해상 봉쇄 해제 여부가 협상의 핵심 고리로 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이 타결될 경우 자신이 직접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