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만 5천 명 결집한 초기업 노조, 근로자 대표 지위 확보하며 ‘무소불위’ 협상권 거머쥐어
- 21일부터 총파업 예고… 30조 원 손실 배수진 속에 ‘성과급 제도화’ 두고 노사 정면충돌

삼성전자가 1969년 창사 이래 최대의 노사 분기점을 맞이했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이하 초기업 노조)는 17일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체 구성원의 절반을 넘어서는 ‘과반 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했음을 선언했다.
지난 1월 과반 달성을 주장한 이후 고용노동부의 엄격한 조합원 수 검증 과정을 거쳐 법적 근로자 대표 지위를 확정 지은 것이다. 이로써 그간 사측이 주도해온 노사협의회 중심의 경영 체제는 사실상 막을 내리고, 노조가 경영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현재 초기업 노조 가입자 수는 7만 5,300명으로, 작년 9월 6,000명 수준이었던 조직 규모가 불과 7개월 만에 12배 이상 폭등했다. 노조 측은 이러한 급성장이 삼성전자의 경직된 기업 문화와 보상 체계에 실망한 직원들의 절실한 목소리가 투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상 과반 노조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핵심 근로조건에 대해 사용자와 직접 서면 합의할 수 있는 전권을 가지며,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을 저지할 수 있는 법적 장치까지 확보하게 된다. 노조는 향후 모든 신입 사원이 자동으로 노조에 가입되는 ‘유니온샵’ 제도 도입까지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사 간의 긴장감은 당장 눈앞에 닥친 ‘5월 총파업’으로 인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초기업 노조를 포함한 3개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 18일간의 파업을 예고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5% 성과급 지급과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의 제도화를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사측이 최근 반도체 부문의 실적 회복을 근거로 일회성 특별 포상을 제안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노조는 일시적인 당근책이 아닌 영구적인 제도 변경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배수진을 쳤다. 노조 추산에 따르면 파업 시 설비 가동 중단 등으로 인한 손실 규모는 최소 20조 원에서 최대 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측은 노조의 집단행동에 대해 법적 대응으로 맞불을 놨다. 삼성전자는 전날 수원지방법원에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며 이번 파업의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노조법상 금지된 시설 점거나 원재료 폐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제조 및 기술 인력이 단체협상상 협정 근로자 대상이 아님을 이미 확인했으며, 법무법인의 검토를 마친 정당한 합법 파업임을 분명히 했다. 사측의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파업의 향방과 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 법원의 판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조직 확장 과정에서 불거진 부작용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최근 사내에서 논란이 된 ‘노조 가입 블랙리스트’ 유출 사건에 대해 노조 측은 일부 조합원이 연관된 사실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가입자 확보 경쟁이 과열되면서 특정 부서원들의 가입 여부를 무단으로 확인한 행위가 적발된 것이다. 노조는 이를 명백한 잘못으로 규정하고 사측의 수사 의뢰 결과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창사 이래 첫 과반 노조라는 강력한 권력을 손에 쥐게 된 초기업 노조가 노사 관계의 선진화를 이끌지, 아니면 극단적 대립으로 인한 경영 위기를 초래할지 대한민국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앞날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