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파 출구조사 5.4%p 열세 극복, 새벽녘 표 격차 좁히며 막판 뒤집기 성공
  • 강남 3구와 한강벨트 압도적 결집, 유권자 최다 송파구 개표가 결정적 승부처
개표 막판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초접전 끝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무너뜨리고 서울시 행정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6월 3일 치러진 제10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에서 오 후보는 극적인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서울시장 선거 역사상 전무후무한 5선 고지에 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개표 막판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던 초접전 끝에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를 무너뜨리고 서울시 행정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6월 3일 치러진 제10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최대 격전지에서 오 후보는 극적인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서울시장 선거 역사상 전무후무한 5선 고지에 올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4일 오전 9시 30분 기준 개표율이 97.70%를 기록한 시점에 오 후보는 48.94%의 득표율을 확보해 48.34%에 그친 정 후보를 단 0.60%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표 차이는 3만 359표에 불과했으며, 정 후보가 개표 후반 패배를 공식 선언하면서 선관위의 최종 당선인 확정 전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이번 선거는 투표 종료 직후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발표 때만 해도 오 후보의 패색이 짙어 보였다. 출구조사에서 정 후보가 51.4%를 기록하며 오 후보를 오차범위 밖인 5.4%포인트 차이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개표 초반에는 출구조사 흐름대로 정 후보가 여유 있게 앞서 나가며 오 후보 측 캠프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나 자정을 지나 새벽 시간대로 접어들면서 한강벨트와 보수 텃밭의 표가 무더기로 쏟아지기 시작하자 격차가 급격히 좁혀졌고, 동이 틀 무렵 마침내 전세를 뒤집는 대역전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전체 25개 자치구 가운데 정 후보가 15개 구에서 우세를 점하며 수적으로는 앞섰으나, 오 후보는 핵심 승부처 10개 구에서 압도적인 표를 몰아받으며 총량에서 승리했다. 오 후보는 전통적인 지지 기반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를 비롯해 용산·동작·광진·영등포·강동으로 이어지는 한강벨트를 사수했다. 여기에 선거의 향방을 가늠하는 족집게 지역인 중구와 양천구마저 확보하며 승기를 굳혔다. 특히 강남 3구에서 구별로 10만 표 안팎의 거대한 표차를 벌려 정 후보가 타 지역에서 쌓은 우위를 단숨에 무력화했다.

특히 이번 선거의 막판 굳히기에는 서울 시내 자치구 중 유권자가 가장 많은 송파구의 개표 상황이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송파구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투표용지 부족 논란 등 돌발 악재가 겹치면서 서울 지역 25개 구 중 가장 늦게까지 개표가 진행됐다. 보수 성향이 짙은 송파구의 미개표 물량이 새벽 늦게까지 개표함에 합산되면서 오 후보는 정 후보의 추격을 완전히 뿌리치고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이로써 오 후보는 지난 2006년 첫 당선 이후 사퇴와 낙선의 정치적 굴곡을 거쳐 마침내 최초의 5선 시장이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사실 이번 선거 환경은 오 후보에게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뚜렷한 쇄신책을 내놓지 못하면서 정권심판론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기 때문이다. 이에 오 후보는 당의 조직력에 기대기보다 현직 시장으로서 쌓아온 시정 성과와 높은 개인 인지도를 전면에 내세우는 독자 생존 전략을 택했다. ‘시작된 변화, 압도적 완성’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한 오 후보는, 과거 폭행 논란 및 행정 경험 부족을 약점으로 지적하며 상대 후보를 ‘초보 운전자’에 비유하는 날 선 공세를 펼쳤다.

선거 막판에는 광역급행철도(GTX) 삼성역 지하 구간의 철근 누락 파문과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 등 서울시 정을 직접 겨냥한 안전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야당은 이를 두고 ‘현직 시장 책임론’을 강하게 밀어붙였으나, 오 후보는 오히려 서울시의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이끌 적임자는 자신뿐임을 피력하며 위기를 정면 돌파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위기감이 위태롭던 보수층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모으는 역발상 결집 효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된다.

재집권에 성공한 오 후보는 자신이 공약한 2031년까지의 주택 31만 호 공급 계획과 ‘신속통합기획’ 시즌2, 강북·서남권 균형 개발 등 굵직한 부동산 개발 정책을 중단 없이 추진할 동력을 얻게 됐다. 아울러 심야 및 새벽 버스 증편을 골자로 하는 교통망 확충 사업과 일상 속 복지를 표방한 ‘10분 운세권’ 도시 조성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번 선거에서 야권의 거센 돌풍을 홀로 막아내며 살아 돌아온 오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정의 연속성을 확보한 것은 물론, 여권 내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서의 정치적 입지와 무게감을 확고히 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