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파업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사태 봉합 직전까지 왔다.

삼성전자 노사는 20일 오후 경기도 수원 고용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2026년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5개월 넘게 이어진 갈등이 협상 테이블에서 해소 가능성을 찾은 것이다.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전자 파업 유보 (사진=연합뉴스)

이번 합의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노사 설득에 나서며 이날 오후 교섭이 재개됐고, 결국 서명으로 이어졌다. 앞서 노사는 18일부터 20일까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사후조정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오전 중 조정이 결렬된 바 있다.

핵심 쟁점은 성과급 배분 방식이었다. 노조 측은 성과급 재원의 70%를 반도체(DS) 부문 전체 임직원이 균등 분배하고, 나머지 30%만 사업부 실적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적자 사업부 임직원까지 고액 성과급을 받게 될 경우 성과주의 원칙이 훼손된다며 맞섰다. 결국 사측이 적자 사업부에 대한 차등 지급(페널티) 적용을 올해 한해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타결됐다.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성과급은 OPI(성과인센티브)와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으로 구분해 지급된다.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은 해당 부문 사업 성과의 10.5%로 정했으며 상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재원의 40%는 반도체 부문 전체에 우선 배분하고 나머지 60%는 사업부별로 나눠 갖는 구조다. 지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 형태로 이뤄지며, 3분의 1씩 즉시·1년·2년 매각 제한이 각각 적용된다. 임금 인상률은 6.2%(기본급 4.1%, 성과기준 2.1%)이며 완제품(DX) 부문에는 600만 원 규모 자사주가 별도 지급된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내부 갈등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끝까지 노력해준 정부와 관계자, 조합원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피플팀장 여명구 부사장도 "오랜 시간 기다려주신 임직원 여러분께 죄송하고 감사하다"며 "잠정 합의가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협상을 주재한 김영훈 장관은 "마지막까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노사 자율교섭으로 잠정 합의에 이르게 됐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지켜본 국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합의 직후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는 조합원 대상 투쟁지침을 통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예정된 총파업을 추후 별도 지침 시까지 유보한다"고 공지했다. 조합원 찬반투표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투표에서 가결되어야 잠정 합의안이 최종 효력을 갖게 된다.

잠정 합의 배경에는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발생할 경제적 충격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최대 100조 원대 손실과 함께 반도체 생태계 및 공급망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랐다.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지난 5개월여간의 노사갈등이 최종 종결될지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