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2관왕에 오르며 할리우드 돌비극장을 K-컬처의 무대로 만들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최다 트로피의 주인공은 작품상을 포함해 6개 상을 휩쓴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였지만, 시상식의 또 다른 주인공은 단연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였다.

■ '케데헌', 장편 애니메이션상·주제가상 동시 수상

'케데헌'은 장편 애니메이션상 부문에서 '아르코', '엘리오', '리틀 아멜리', '주토피아2' 등을 제치고 수상의 영예를 안았으며, 이어진 주제가상 시상에서도 '씨너스: 죄인들', '기차의 꿈' 등 경쟁작들을 따돌리며 2관왕에 올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매기 강(왼쪽부터) 감독과 공동 연출자 크리스 아펠한스, 제작자 미셸 웡이 수상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미국 LA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매기 강(왼쪽부터) 감독과 공동 연출자 크리스 아펠한스, 제작자 미셸 웡이 수상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계 캐나다인 감독 매기 강이 연출한 이 작품은 지난해 6월 공개 이후 전 세계 누적 시청 수 3억 회, 시청 시간 기준 5억 시간을 돌파하며 영화·드라마를 통틀어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장편 애니메이션상 수상 소감에서 매기 강 감독은 "저와 닮은 분들이 주인공인 이런 영화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려 미안하다. 다음 세대는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이 상을 한국과 전 세계 한국인에게 바친다"는 말로 감동을 안겼다.

주제가상 수상자이자 OST '골든'의 공동 작사·작곡가인 이재는 수상 소감에서 "어린 시절 K팝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지만, 지금은 모두가 우리의 노래를 부른다"며 울먹이면서도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판소리·전통무용이 오스카 무대를 채우다

수상 못지않게 화제를 모은 것은 '케데헌'의 주제가 '골든' 공연 무대였다. 한복을 입은 여성 소리꾼이 판소리로 "어둠을 밝히려 우리 노래 부르리라"를 열창하며 공연이 시작됐고, 북을 연주하는 사물놀이 악사와 갓을 쓴 무용수 등 24명이 무대에 올라 한국 전통무용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엠마 스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스티븐 스필버그, 기네스 펠트로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응원봉을 흔들며 '골든'에 뜨거운 호응을 보내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돼 눈길을 끌었다.

'케데헌'은 아카데미 수상에 앞서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초이스 어워즈, 미국프로듀서조합 어워즈에서 애니메이션상을, 애니메이션 업계 시상식인 애니 어워즈에서는 10관왕에 올랐다. 지난 2월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K-팝 장르 최초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시각매체용 최우수 노래)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 최다 노미네이트 '씨너스' 4관왕, '원 배틀' 6관왕으로 정상

1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이브의 모든 것'과 '타이타닉', '라라랜드'가 보유하던 종전 기록(14개 부문)을 9년 만에 경신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씨너스: 죄인들'은 남우주연상(마이클 B. 조던), 각본상, 음악상, 촬영상 등 4관왕에 그쳤다.

시상식 전부터 강력한 수상 후보로 꼽혔던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작품상과 감독상(폴 토마스 앤더슨), 남우조연상(숀 펜)을 비롯해 각색상, 편집상, 캐스팅상까지 6개 트로피를 차지했다.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 6관왕을 차지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등 6관왕을 차지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연합뉴스 제공)

토마스 핀천의 소설 '바인랜드'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급진 혁명 조직의 전직 일원 밥 퍼거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이 위기에 처한 딸을 구하기 위해 다시 나서는 추격 액션 블록버스터다. 이민자 등 소수자를 향한 연대와 사랑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강경한 이민 정책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더욱 주목받았다.

여우주연상은 '햄넷'의 제시 버클리가 수상했다. 버클리는 셰익스피어의 아내 아녜스 역을 맡아 어린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을 섬세하게 표현했으며, 골든글로브와 영국 아카데미(BAFTA) 여우주연상을 잇따라 수상하며 이번 오스카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미술상, 분장상, 의상상을 수상하며 3관왕을 기록했다. 음향상은 'F1: 더 무비', 시각효과상은 '아바타: 불과 재', 국제 장편 영화상은 '센티멘탈 밸류'에 각각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