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시가총액 기업 애플을 15년간 이끈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전문가 존 터너스 수석부사장(SVP)이 차기 수장으로 공식 낙점됐다.

애플은 현지 시간 20일, 터너스 부사장이 오는 9월 1일부로 신임 CEO로 취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이사회 만장일치로 승인됐으며, 쿡 CEO는 퇴임 이후 이사회 의장으로 전환해 경영 전반에 관여할 예정이다.

쿡 CEO는 원활한 인수인계를 위해 여름 내내 CEO 직을 유지하며 터너스 부사장과 긴밀히 협력할 방침이다. 애플의 CEO 교체는 2011년 이후 15년 만이다.

애플의 후임 CEO로 지명된 존 터너스(사진=연합뉴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기계공학 학사 출신인 터너스 부사장은 2001년 애플에 합류해 25년 이상 하드웨어 개발 현장을 지킨 정통 기술 관료다.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VP)을 거쳐 2021년 수석부사장 직위에 오른 그는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워치, 에어팟 등 애플의 주요 하드웨어 라인업 개발을 총괄해왔다.

특히 인텔 칩에서 자체 설계 칩인 '애플 실리콘'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맥북 네오, 아이폰 에어, 아이폰 17 프로 출시를 이끌며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애플 이사회가 경영진 중 가장 젊은 축에 속하는 터너스를 선택한 것은 장기적 안정 경영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쿡 CEO가 잡스 창업자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았을 당시와 비슷한 나이에 지휘봉을 쥐게 된 터너스는, 쿡 체제처럼 오랜 기간 회사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는 판단이 이사회를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크레이그 페더리기 수석부사장 대신 더 젊은 터너스가 선택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된다.

쿡 CEO는 공개 성명에서 터너스가 "엔지니어의 사고와 혁신가의 영혼, 그리고 품격 있게 이끌 수 있는 마음을 지닌 인물"이라고 평했다. 사내외에서도 "카리스마가 있고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번 인선은 단순한 세대 교체를 넘어, 애플이 앞으로도 하드웨어 중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적 의사표명으로 읽힌다. AI 열풍 속에서도 대규모 AI 모델 개발 경쟁보다는 기기와 칩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서비스·AI 경험을 확장하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자체 AI 모델 개발에만 의존하기보다 구글 제미나이 모델을 도입하는 등 외부 AI와의 협력 노선을 적극 채택해 왔다.

일각에서는 터너스 체제에서 스마트 안경이나 소형 AI 기기 등 새로운 폼팩터 제품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5년간의 쿡 체제는 양적 성장의 시대로 기록된다. 재임 기간 애플의 매출은 1,080억 달러(약 158조 원)에서 4,160억 달러(약 609조 원)로 4배 뛰었고, 시가총액은 3,500억 달러에서 4조 달러(약 5,865조 원)로 10배 이상 불어났다.

애플워치와 에어팟은 시장의 표준 카테고리로 자리 잡았고, 애플뮤직·애플TV 등 서비스 사업 부문도 이 시기에 본격 궤도에 올랐다. 잡스 창업자에게서 바통을 넘겨받고 '빈 껍데기'가 될 것이라는 초기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AI 경쟁력 지연 문제는 그늘로 남는다. 애플은 개선된 시리를 발표한 지 2년이 지난 지금도 제대로 출시하지 못한 채 'AI 지각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2025년 말에는 AI 수장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확장현실(XR) 기기 비전프로 역시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웨드부시 증권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쿡이 지울 수 없는 유산을 남긴 만큼, 터너스는 특히 AI 분야에서 출범 초기부터 성과를 내야 한다는 큰 압박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브스 분석가는 동시에, 터너스가 인텔 칩 탈피와 자체 칩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끈 전례를 거론하며 AI 전환 과제 역시 수행해낼 것이라는 낙관적 시각도 내놓았다.

한편 터너스 CEO 취임과 함께 조니 스루지 하드웨어 기술 담당 최고책임자가 새롭게 승진 임명된 것으로 전해지며, 하드웨어-칩-AI를 아우르는 신경영 체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스티브 잡스 이후 두 번째 CEO 교체라는 점에서 실리콘밸리 전체의 시선이 오는 9월 1일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