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합의한 ‘2주 휴전’이 발효된 뒤 사흘째를 맞았지만, 레바논 전선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동시에 고조되면서 휴전이 불안정한 국면에 들어갔다.
10일(현지시간)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스라엘은 지난 8일 휴전 발효 이후에도 레바논 내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레바논 보건부 집계로 이스라엘군의 최근 공습으로 300명 이상이 사망하고 1,150명가량이 부상했다. 사망자에는 여성 70여 명과 어린이 30명이 포함돼 민간인 피해가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에 휴전은 없다”며 “헤즈볼라를 계속해서 강력하게 때리고 있으며, 안전을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공격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무장 해제를 전제로 레바논 정부와 협상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군사작전은 병행하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하고 있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전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를 명령한 뒤 헤즈볼라 발사 거점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 일대 군사시설을 겨냥해 공격했다고 주장했고, 이스라엘 측은 텔아비브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 공습 경보가 울렸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요격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휴전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교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이란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은 휴전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라며 “이 같은 공격이 계속되면 협상은 의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레바논 공습이 지속될 경우 미국과의 휴전 파기 가능성까지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미국과의 대면 협상에 직접 나설 것으로 알려진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도 9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그는 “레바논과 ‘저항의 축’ 전체는 휴전에서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며 “휴전 위반에는 분명한 대가와 강력한 대응이 따른다”고 주장했다.
레바논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이는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의 최대 걸림돌로 떠오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초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 포함하는 데 동의했지만,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 이후 입장을 바꿨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휴전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반면, 이란과 헤즈볼라는 레바논이 포함되지 않은 합의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미국은 워싱턴에서 이스라엘과 레바논이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추진하는 등 중재에 나섰지만, 입장차가 커 협상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같은 갈등 양상은 오는 11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예정된 미·이란 대면 협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갈리바프 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이끄는 이란 대표단은 9일 밤 늦게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했다.
핵심 쟁점인 호르무즈 해협 상황도 경색돼 있다. 해상 데이터에 따르면 휴전 이후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하루 10여 척 수준에 불과해,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30여 척과 비교하면 사실상 봉쇄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통과 선박 대부분이 이란 관련 선박으로 확인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해협 인근에서는 무허가 통과 시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송출되고 있으며, 기뢰 위협과 안전 불확실성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이란이 통행료 부과와 선박 통행 제한을 추진하면서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통행료는 암호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부과되며, 대형 유조선은 최대 200만 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이란을 비판하며 통행료 부과 중단을 촉구했다. 레바논 전선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갈등이 동시에 분출하면서, 이번 휴전이 ‘시간 벌기’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레바논 문제를 포함한 포괄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휴전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 충돌이 재개되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큰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