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170엔 기준 초과분 전액 지원·IEA 4.2억 배럴 비축유 방출 ‘국제 공조’
  • 취약계층 에너지 지원금부터 임대료 인상 제한까지… 민생 파급효과 차단 주력
중동 전쟁의 확산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서울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의 확산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자 해외 주요국들은 자국의 에너지 가격 안정과 민생 경제 보호를 위해 재정과 세제 혜택을 망라한 파격적인 정책 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고 있다. 단순히 시장에 맡기기에는 유가 상승의 파괴력이 크다는 판단 아래 정부가 직접 가격 결정 과정에 개입하거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소매가격을 억제하는 형국이다.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곳은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소비국들이다. 일본은 휘발유 소매 가격이 리터당 170엔(약 1,580원)을 넘어서면 그 초과분 전액을 정유업체에 보조금으로 지급해 소비자 가격을 강제로 묶어두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영국과 이탈리아, 스웨덴 등은 유류세를 직접 인하하며 국민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고 있으며, 스페인과 폴란드는 연료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대폭 낮췄다. 베트남 역시 연료 수입 관세를 면제하며 공급망 비용 절감에 나섰다.

공급 측면에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국제적인 공조 체계도 가동됐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3월 11일, 원유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역대급 규모인 총 4.2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 공동행동을 결의했다. 이는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 신호를 차단하고 투기 세력의 시장 교란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각국은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 인상폭을 물리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국은 10영업일마다 가격 상한선을 미세 조정하며 최근 13년 만에 가장 강력한 인상 제한 조치를 단행했고, 독일은 하루 수차례씩 변동하던 주유소 가격 인상 횟수를 매일 정오 1회로 제한해 시장 혼란을 막고 있다.

에너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생존 위기에 처한 취약계층과 산업계에 대한 핀셋 지원도 병행되고 있다. 영국은 등유 가격 상승으로 고통받는 저소득 가구에 총 5,240만 파운드를 투입하며, 뉴질랜드는 매주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지원해 가계 파산을 막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유가에 민감한 운송업과 농어업이 집중 지원 대상이다. 프랑스는 국영 투자은행을 통해 단기 대출을 지원하는 동시에 선별적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그리스는 비료 가격의 15%를 직접 보전해 식량 안보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고유가가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강도 민생 안정책이다. 스페인은 유가 상승에 따른 생활비 부담을 고려해 임대료 인상폭을 한시적으로 제한하는 파격적인 주거 안정 조치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영국은 에너지 기업들이 고유가 상황을 악용해 폭리를 취하지 못하도록 시장 감시를 강화하고 부당 이득에 대한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주요국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에너지 위기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배수의 진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