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급 위기 ‘경계’ 단계 격상에 50개 업체 긴급 소집… 자발적 에너지 감축 선언
  • 킵30(KEEP30) 기업들 연간 61만 toe 절감 목표… 고효율 설비 교체에 사활
중동 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우리 산업계가 국가적 원유 수급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 절감 계획을 확정했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이 2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제14차 한경협 K-ESG 얼라이언스 회의'에 참석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동 분쟁 장기화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에 비상등이 켜진 가운데, 우리 산업계가 국가적 원유 수급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대규모 에너지 절감 계획을 확정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한 기업·경제단체 협력회의’를 열고, 석유 다소비 상위 업체들과 함께 연간 약 95.6만 배럴에 달하는 석유류 절감 목표를 수립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최근 원유 안보 위기 수준이 ‘경계’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국가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60%를 차지하는 산업 부문의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회의에는 국내 30대 에너지 다소비 기업의 자발적 효율 협약인 ‘킵30(KEEP30)’에 참여 중인 15개 핵심 기업이 참석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공유했다. 참여 기업들은 2024년 에너지 사용량 신고액 기준 약 1.73%에 해당하는 61만 toe의 에너지를 감축하기로 했다. 특히 석유류의 경우 기존 사용량 대비 3.3%를 줄인 13만 toe를 절감 목표로 잡았으며, 이는 우리나라가 직면한 에너지 수급 불안을 완화하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기업들은 생산 공정 전반에 걸쳐 낭비 요소를 제거하는 ‘에너지 다이어트’에 돌입한다. 미가동 설비를 조기에 철거하고 열교환기나 노후 장비를 고효율 기기로 교체하는 등 제조 효율화 설비에 대한 투자를 앞당기기로 했다. 또한 전력 피크 시간대 조업 시간을 조정하거나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적극 활용해 전력 계통의 부하를 분산시키는 방식도 도입된다. 기존 석유와 가스 기반의 공정을 전기화로 전환하여 연료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기업들의 이러한 자발적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기적인 이행 점검과 지원책을 병행한다. 에너지 절감 목표를 달성한 우수 기업에는 에너지 절약 시설 설치 융자 우선 지원과 같은 인센티브를 부여해 민간의 투자를 독려할 방침이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기업의 탄소 중립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제2차관은 현 상황에서 에너지 효율 향상은 단순한 절약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임을 강조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구조상 효율을 높이는 것이 곧 새로운 에너지원을 확보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취지다. 정부는 앞으로도 산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며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한 기술 지원과 규제 혁신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