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에 2~3주간 추가 강타를 예고하자 2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제히 흔들렸다. 빠른 종전을 기대하며 전날 급등했던 아시아 증시는 불과 하루 만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44.65포인트(4.47%) 내린 5,234.05로 마감했다. 전날 8.44%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1.33% 오른 채 출발했던 코스피는 한국시간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연설을 전후해 상승폭을 반납하기 시작했고, 오전 10시 17분께 하락 전환했다. 코스닥도 59.84포인트(5.36%) 떨어진 1,056.34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 4%대 급락 5,200대 마감 (연합뉴스 제공)

낙폭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오후 2시 34분과 46분에는 코스닥 시장과 유가증권시장에서 잇따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됐다.

여타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전날 상승분을 빠르게 되돌렸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일본 닛케이255 지수는 0.61% 오른 54,066.83으로 개장했으나 하락 전환해 2.38% 내린 52,463.27로 마감했다. 대만 가권지수도 1.82% 하락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46분 현재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지수는 각각 0.81%, 1.62% 하락 중이었으며, 홍콩 항셍지수도 1.28% 내렸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직후 수직 상승했다. 전날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배럴당 100.12달러로 마감했던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이날 한때 97달러대까지 떨어졌으나, 연설 이후 급반등해 배럴당 106.36달러까지 치솟았다. 한때 99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브렌트유 현물 가격도 배럴당 108달러 이상으로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국가들에 미국산 석유 구매나 직접적인 군사력 투사를 요구한 것이 유가 급등에 불을 붙였다.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권 국가들에 사실상 책임을 넘긴 발언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8.4원 급등한 1,519.7원을 나타냈다.

다만 증권가 일각에서는 시장의 충격이 과도하다는 시각도 나왔다. 정형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란이 협상에 대해 지연전략을 펼치자 단기적으로 압박을 더 강하게 하겠다는 발언으로 사료된다"며 "전쟁의 주도권은 여전히 미국이 확보하고 있으며, 이란은 선택지가 제한된 상태에서 협상 테이블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