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에만 피는 코요테담배 분석해 개화·향기 통합 조절하는 ‘COL5’ 확인
- 린네의 ‘꽃 시계’ 가설 분자 수준서 입증… 국제학술지 ‘더 플랜트 셀’ 게재

아침에 피는 나팔꽃과 밤에만 향기를 내뿜는 달맞이꽃처럼 식물이 정확한 시간에 맞춰 생리 현상을 일으키는 비밀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풀렸다. KAIST 생명과학과 김상규 교수 연구팀은 식물이 수분 매개체인 곤충의 활동 시간에 맞춰 개화 시점과 향기 방출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분자 수준의 원리를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식물이 단순한 환경 반응을 넘어 스스로 시간을 인지하고 번식 전략을 최적화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
연구의 핵심 모델이 된 식물은 미국 유타주 사막에 자생하는 '코요테담배(Nicotiana attenuata)'다. 이 식물은 밤에 활동하는 박각시나방 등을 유인하기 위해 야간에만 꽃을 활짝 열고 강한 향기를 내뿜는 독특한 습성을 지니고 있다. 과거 생물학자 린네는 식물마다 피고 지는 시간이 다른 점에 착안해 '꽃 시계' 개념을 제안했으나, 실제 어떤 유전자가 이 과정을 통합적으로 제어하는지에 대해서는 그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김상규 교수팀은 생체시계 조절을 받는 특정 유전자인 '콘스탄스 라이크 5(COL5)'가 꽃의 개화와 향기 합성을 동시에 주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통해 이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난 돌연변이체를 분석한 결과, 정상적인 식물과 달리 꽃이 열리는 리듬이 깨지고 향기 방출 시점이 어긋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는 특정 유전자가 식물의 생존과 번식에 가장 유리한 '골든타임'을 결정하는 관제탑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기존의 식물 연구가 주로 잎의 발달이나 꽃눈 형성 시기에 집중되었다면, 이번 연구는 이미 형성된 꽃잎이 벌어지는 물리적 현상과 향기라는 화학적 신호가 어떻게 동기화되는지 밝혀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연구팀은 분자생물학적 접근을 통해 생체시계 네트워크가 하위 유전자들을 조절하여 꽃잎의 세포 확장과 향기 성분의 생합성 경로를 동시에 활성화한다는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식물의 생태적 상호작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기초 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향후 농업 및 원예 분야에서 개화 시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거나 향기 성분을 극대화하는 기술로 응용될 가능성이 높다. 최유리 박사와 강문영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한 이번 논문은 식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인 '더 플랜트 셀(The Plant Cell)' 1월 29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