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초기 환자 474명 3.5년 추적 조사 결과 발표
- 기억력 감퇴보다 시각-공간 기능 저하가 치매 전환의 핵심 지표 확정

파킨슨병 환자의 인지 기능 변화 중 '공간 인지능력'의 저하가 치매로 이행되는 가장 강력한 전조 증상이라는 국가 차원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BRIDGE)'을 통해 초기 파킨슨병 환자들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시각과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이 다른 영역보다 먼저 떨어질 경우 치매 전환 위험이 비약적으로 높아진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는 파킨슨병 진단 초기 단계에서 향후 치매 발생 가능성을 정교하게 예측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잣대를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연구는 초기 파킨슨병 환자 474명을 대상으로 약 3.5년에 걸쳐 인지 기능의 변화 양상을 정밀 분석한 성과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시각-공간 인지능력이 가장 먼저 감퇴한 환자군은 기억력 저하가 선행된 환자보다 치매 진행 위험이 7.3배나 높았으며, 전두엽 기능 저하가 먼저 나타난 군에 비해서도 3.2배 높은 위험도를 보였다. 파킨슨병은 흔히 떨림이나 강직 같은 운동 증상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체 환자의 약 40%가 진단 후 10년 이내에 치매를 겪는 만큼 인지 저하의 순서를 파악하는 것이 치료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다.
연구팀은 단순한 인지 검사 점수를 넘어 환자별로 인지 기능이 무너지는 '순서'에 주목해 데이터를 재구성했다. 기존 연구들이 단일 시점의 단편적인 점수 비교에 그쳐 복잡한 인지 저하 기전을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환자군을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해 비교한 결과, 시각-공간 인지 영역의 손상이 뇌 전반의 퇴행을 가속화하는 핵심 연결 고리임을 확인했다.
실제 뇌 영상 검사(PET/MRI) 데이터에서도 이러한 가설은 입증되었다. 공간 인지능력이 먼저 떨어진 환자들의 뇌를 살펴보면, 해당 기능을 담당하는 특정 뇌 영역에서 기능 저하가 뚜렷하게 관찰되었으며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감소 수치 또한 다른 환자군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이는 눈으로 보는 정보를 공간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이 무너지는 시점이 뇌 내부에서 치매와 관련된 병리적 변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시기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파킨슨병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정밀 의료를 실현할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과 남재환 국립보건연구원장은 이번 BRIDGE 사업의 성과가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고 적절한 중재 전략을 설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연구 인프라를 통해 구축된 대규모 코호트 자원이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매 예방과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실무 지침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