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4대 거물 작년만 6,840만 톤 매입… AI 인프라발 탄소 폭증 현실화
  • 직접 공기 포집(DAC) 등 영구 제거 기술에 수조 원 베팅하며 '넷제로' 달성 사활
인공지능(AI) 패권 다툼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탄소배출권 쇼핑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 세계 탄소 제거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CARBON CREDITS)

인공지능(AI) 패권 다툼이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탄소배출권 쇼핑에 나서고 있다. 16일 탄소 시장 분석 플랫폼 시저(Ceezer)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른바 ‘빅테크 4인방’의 영구 탄소 제거 배출권 구매량은 2022년 1만 4,200건에서 2025년 기준 6,840만 건으로 3년 만에 약 4,816% 폭증했다.

이는 챗GPT 등장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이터 센터 가동을 위해 천문학적인 전력과 용수가 투입되면서, 기업들이 공언해 온 ‘2030년 넷제로(탄소 중립)’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이들 4개 기업은 올해 AI 인프라 구축에만 총 7,000억 달러(약 930조 원)를 투입할 예정이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잔류 탄소를 상쇄하기 위해 고성능 탄소 제거 기술(CDR)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전 세계 탄소 제거 시장을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MS는 2022년 대비 2024년 구매량을 337% 늘리며 시장의 최대 구매자로 부상했다. 멜라니 나카가와 MS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는 "탄소 제거 시장의 선구자로서 공급망 확대를 유도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적·환경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기계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직접 빨아들이는 ‘직접 공기 포집(DAC)’ 기술이나 탄소 저장 능력을 극대화한 저탄소 시멘트 스타트업 등에 천문학적 자금을 수급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구매 열풍'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업계 일각에서는 빅테크가 기술적 개선을 통한 탄소 배출 저감보다는 돈으로 배출권을 구매해 오염을 정당화하는 '탄소 면죄부'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탄소 금융 플랫폼 옵나(Opna)의 실피카 가우탐 CEO는 "빅테크의 공격적인 매입 행태는 더 나은 방식으로 건물을 짓겠다는 그들의 신념과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청정에너지 공급이 AI 인프라 증설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탄소 제거 기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협의체(IPCC) 역시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서는 탄소 제거가 모든 시나리오에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명시한 바 있다. 결국 혼탁해진 AI 경쟁 속에서 '누가 더 깨끗한 지능을 만드는가'가 향후 빅테크의 지속가능성을 가르는 핵심 척도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