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혁명수비대, 유럽·아랍권 향해 파격 조건 제시… 사실상 ‘반미·반이스라엘 전선’ 동참 요구
- 전 세계 석유·LNG 물동량 20% 마비된 초유의 사태, 호르무즈 해협에 선박 수백 척 고립

중동의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마비시킨 이란이 국제 사회를 향해 전례 없는 외교적 압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현지 시각 9일 국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유럽과 아랍 국가들이 자국 내 미국 및 이스라엘 외교관을 추방할 경우, 해당 국가 선박에 한해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적 대결을 넘어 서방 결속력을 약화시키려는 고도의 외교적 분리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 대한 대응으로 이란이 해협 폐쇄라는 강수를 둔 이후 나왔다. 이란은 공습 직후 호르무즈 해협을 '선박 통행 불가 구역'으로 선언하고 즉각적인 봉쇄에 나섰으며, 이로 인해 글로벌 석유 공급망은 유례없는 충격에 빠진 상태다.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사이에 위치한 이 좁은 해로는 전 세계 해상 석유 및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세계 에너지의 동맥'으로 불린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양 끝단에는 통행 재개를 기다리는 수백 척의 유조선과 가스 운반선이 정박한 채 대치 중이다.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면서 국제 유가는 이미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으며, 해상 물류 비용 급증과 에너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특히 이란 측이 제시한 이번 조건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일부 유럽과 아랍 국가들에 실질적인 경제적 유인책이자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 외교관을 자국 영토에서 내보내는 국가라면 그 누구라도 해협을 통과할 수 있는 완전한 권한을 부여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이는 국제 사회의 비난 여론을 미국과 이스라엘로 돌리는 동시에, 우방국 간의 외교적 균열을 유도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이번 발표가 중동 정세의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며 각국 정부의 대응에 주목하고 있다.
해협 폐쇄 장기화에 따른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해군 제5함대를 중심으로 한 국제 해군 연합군이 해협 인근에서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의 이번 외교적 제안이 현장의 긴장감을 완화할지 혹은 갈등을 증폭시킬지는 미지수다. 현재로서는 이란의 요구에 응해 외교관을 추방한 국가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나, 에너지 안보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국제 사회의 외교적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