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일부터 개정 노조법 시행, 하청노조 실질적 결정권 가진 원청과 대화 제도화
  • 파업 손배 책임 비례 부과로 ‘폭탄 청구’ 차단… 정부,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 가동
대한민국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와 제3조가 3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대한민국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와 제3조가 3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원·하청 구조에서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 기업을 사용자의 범위에 포함한 것이다. 이로써 하청 노동조합은 자신들의 임금이나 복지에 결정권을 가진 원청을 상대로 직접적인 대화를 요구할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됐으며, 이는 1953년 노조법 제정 이후 사용자 개념이 가장 크게 확장된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법 시행에 맞춰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구체적인 해석 지침을 확정하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개정법에 따르면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그 범위 내에서 사용자로 인정된다. 아울러 노동쟁의의 범위도 대폭 확대되어 정리해고나 구조조정에 따른 배치전환 등 사업 경영상의 결정 사항도 쟁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됐다. 또한 근로자가 아닌 자가 일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하던 기존 조항을 삭제하여 노동자의 단결권을 한층 강화했다.

파업 등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산정 방식도 획기적으로 변화한다. 법원이 쟁의행위로 인한 배상 책임을 인정할 때, 기존처럼 모든 참여자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 방식에서 벗어나 노조 내 지위와 역할, 가담 정도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책임 비율을 정하도록 했다. 특히 노동조합과 근로자가 법원에 배상액 감면을 청구할 수 있는 규정과 사용자가 스스로 손해배상을 면제할 수 있는 근거가 신설되면서, 천문학적인 배상액 청구가 노사 갈등을 파국으로 몰고 가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제도 안착을 위해 법률 및 현장 전문가가 참여하는 ‘단체교섭 판단지원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원·하청 관계에서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 등 실제 교섭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주요 쟁점에 대해 유권해석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 전국 지방고용노동관서에는 전담반이 설치되어 현장 밀착 지도를 실시하며,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시 창구 단일화 절차나 교섭 단위 분리 등 법적 절차를 안내해 합리적인 대화 체계를 유도할 방침이다.

공공부문 역시 이번 변화의 선도적 역할을 맡게 된다. 정부는 공공기관 내 하청 노동자의 교섭 요구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로 소통에 임하며, 민간 부문으로 확산될 수 있는 모범적인 노사 상생 모델을 구축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3월 중 전국적인 설명회와 세미나를 개최해 기업과 노동계의 이해도를 높이는 한편, 노사 간 신뢰 자산 형성을 통해 개정법이 산업 현장의 격차를 완화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