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원 대응 매뉴얼 미이행 주장…직무유기·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적시
  • 국과수 “과도한 민원·업무 부담 영향”…사학연금공단 순직 인정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제주 한 중학교 교사의 유가족이 학교 관리자들을 형사 고소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30일 열린 제주 모 중학교 교사 추모 문화제. (사진=연합뉴스)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제주 한 중학교 교사의 유가족이 학교 관리자들을 형사 고소하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유가족에 따르면 지난 20일 제주동부경찰서에 해당 학교 교장과 교감을 상대로 직무유기와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가족은 “정작 책임 있는 위치에 있던 이들에 대해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는 상황에서 직접 고발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고소장에는 학교 민원 응대 책임자인 교감이 관련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았고, 고인이 병가를 요청했음에도 이를 만류해 직무를 유기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병가 요청 경위를 일부 누락한 채 경위서를 작성해 외부 기관에 제출한 행위가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교장에 대해서는 해당 사안에 공모하거나 묵인한 책임이 있다고 적시했다.

고인은 지난해 5월 22일 근무하던 학교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 사흘 전인 5월 19일 두통과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병가를 요청했으나, 교감이 민원 처리 이후로 미루는 것이 낫다며 이를 반려한 것으로 유가족은 주장하고 있다.

앞서 2023년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육부는 교장을 중심으로 학교가 공식 창구를 통해 민원을 대응하도록 하는 매뉴얼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유가족은 해당 학교 관리자들이 이러한 지침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회 국정감사 자료 제출 과정에서는 병가 요청이 고인 스스로 철회한 것처럼 기재된 경위서가 제출된 사실도 드러났다. 유가족은 이를 허위 문서 작성의 근거로 보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자체 진상조사 결과 교장과 교감에 대해 경징계를 요청했으나, 학교 법인은 교장에게 ‘견책’, 교감에게는 ‘징계 없음’을 의결했다. 이에 교육청은 지난 13일 학교 법인에 재심의를 요구한 상태다.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심리부검 결과 학생 가족의 과도한 민원과 지속적인 업무 부담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사학연금공단은 고인의 사망이 직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순직으로 인정했다.

경찰은 고소장 접수에 따라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사실관계 확인에 착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