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 “국무총리로서 내란 저지할 헌법상 책무 다하지 않아”
  • 허위공문서 작성·기록물법 위반·위증 등 유죄 인정…내란 중요임무 종사 판단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법원은 2024년 12월 3일 선포된 비상계엄을 헌법이 금지한 내란 행위로 판단하며, 당시 국무총리였던 한 전 총리가 이를 막아야 할 헌법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21일 오후 한 전 총리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방조,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허위공문서 작성,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공용서류 은닉·손상, 위증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허위작성공문서 행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2·3 비상계엄 선포가 단순한 비상조치가 아니라 내란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뒤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국회 기능과 정당제도를 부정하는 포고령을 발령했고, 군과 경찰을 동원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점거·압수수색한 행위가 헌법상 내란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해당 사안을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며, 국민에 의해 선출된 최고 권력자가 헌정 질서를 직접적으로 침해한 점에서 위헌성과 중대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 자체를 흔든 행위라는 점도 양형에 고려됐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에 대해서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헌법 위반 행위를 견제하고 중단시키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해야 할 책무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비상계엄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아래 실질적인 저지나 책임 있는 대응을 하지 않았고, 이후 내란의 진상을 밝히기보다 계엄 선포를 은닉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가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하고 이를 폐기했으며, 적법한 절차를 가장하기 위해 허위공문서를 만들고 관련 기록을 손상·은닉했다고 봤다. 또한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증언한 행위도 위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범행 내용과 역할의 중대성을 종합해 재판부는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선고 직후 재판부는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한 전 총리를 법정구속했다.

선고가 내려진 뒤 한 전 총리는 재판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당시 국무총리로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방조하고, 사후적으로 이를 은폐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특검팀의 공소장 변경 신청에 따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추가된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