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미·중 패권 경쟁과 국경 분쟁 이슈가 전면 부상
  • ‘대화의 정신’ 내세운 다보스, 보호무역·주권 갈등 앞에 시험대
스위스 알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올리며,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 질서의 균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스위스 알프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로 막을 올리며,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 질서의 균열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눈 덮인 휴양지 다보스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린란드 문제가 이번 포럼을 관통하는 핵심 배경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등장은 이번 다보스의 분위기를 규정짓는 가장 큰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다보스를 적극 활용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취임 직후 화상으로 포럼에 참여해 유럽 기업들을 상대로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압박하고 관세 부과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당시 그는 캐나다와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를 거론하며, 수입 기업들에 “미국에 투자하거나 관세를 감수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다보스를 찾아 ‘팀 USA’ 기조를 전면에 내세울 예정이다. 그가 참석하는 이번 포럼에는 각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수장들이 대거 집결하며, 포럼 역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과 발언이 촉발한 무역 갈등과 동맹 균열은 유럽을 중심으로 상당한 혼란을 낳고 있으며, 다보스는 그 논쟁의 중심 무대가 되고 있다.

WEF의 공식 주제는 ‘대화의 정신’이지만, 포럼을 둘러싼 현실은 글로벌 협력보다는 갈등과 압박의 색채가 짙다. 미국 행정부의 접근 방식은 다자주의와 국제 공조를 중시해 온 다보스의 정체성과 충돌하고 있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실제로 올해 포럼에서는 기후 변화, 글로벌 개발, 다양성 등 기존 다보스의 주요 의제가 상대적으로 뒤로 밀리고, 무역·투자·안보 등 보다 실리적인 이슈가 전면에 배치됐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 내 정치 지형과도 맞닿아 있다. 다보스는 ‘마가(MAGA)’ 진영에서 상징적인 비판 대상이 돼 왔으며,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포럼을 ‘엘리트 글로벌리즘의 본산’으로 규정해 왔다. 올해 미국 측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USA 하우스’를 마련해 자국 중심 메시지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번 포럼에는 주요 7개국(G7) 정상 다수를 포함해 65개국 이상의 국가원수와 정부 수반이 참석한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해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약 850명, 다수의 기술 기업 창업자와 경영진도 다보스를 찾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각료들과 함께 대규모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며,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술기업 수장들도 동행한다.

다만 유럽 무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우호적인 반응을 얻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린란드의 주권 문제를 둘러싼 발언은 유럽 국가들의 민감한 사안을 건드리고 있으며, 북미와 유럽의 관계를 더욱 긴장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캐나다는 미국과 다른 북미의 선택지를 제시하는 국가로 부각되고 있다. 캐나다는 최근 수년간 미국 중심의 무역 구조에서 벗어나 교역 다변화를 추진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중국과의 외교·경제 접촉을 강화하는 행보 역시 유럽의 시선이 집중되는 대목이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 재무 당국 고위 인사를 파견해 세계 2위 경제국이자 최대 자동차 수출국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할 예정이다. 다보스 무대에서 중국은 글로벌 경제의 ‘안정적 축’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해 왔으며, 기술과 산업 전반에서의 중장기적 부상을 이어가고 있다.

다보스는 해마다 미래 산업의 단서를 먼저 드러내는 공간이기도 하다. 과거 이곳에서 양자컴퓨터와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처음 주목을 받았고, 지난해에는 중국발 인공지능 기술이 글로벌 기술 경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신호가 포럼 기간 중 포착됐다.

비판과 냉소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다보스지만, 세계의 권력과 자본, 기술이 교차하는 이 공간은 여전히 변화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무대다. 올해 다보스는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세계 질서를 배경으로, 글로벌 경제의 향방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