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수처 체포방해·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등 유죄 인정…8개 재판 중 첫 판단
  • 특검 구형 10년의 절반…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다음 달 1심 선고 예정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비상계엄 절차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서울중앙지법)

법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고 비상계엄 절차를 위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이 연루된 총 8개 형사재판 가운데 사법부가 처음으로 내린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는 16일 오후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 공판은 사회적 관심이 큰 사건이라는 점을 고려해 TV로 생중계됐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경호처 인력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한 점을 유죄로 판단했다. 또한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일부 국무위원만을 소집해 연락을 받지 못한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침해한 행위 역시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아울러 계엄 선포 이후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기록 삭제를 지시한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계엄 선포가 국가 긴급권 행사로서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정한 국무회의 절차를 사실상 무력화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계엄 선포 과정이 전례 없이 제한된 국무위원에게만 통지돼 국무회의 헌법 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밝혔다. 또 최고 권력자로서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지위에 있음에도 절차적 요건을 경시한 태도를 보였다고 판단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3일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대통령경호처 직원을 동원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왔으며, 같은 해 7월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의해 구속기소됐다. 이와 함께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만 갖추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해 총 9명의 국무위원이 심의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다.

또 계엄 해제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한 문서를 근거로 계엄이 적법하게 이뤄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작성하고, 이후 이를 폐기한 혐의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해 12월 26일 결심 공판에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에 5년, 직권남용 등 혐의에 3년,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에 2년을 합산해 총 징역 10년을 구형한 바 있다. 이날 선고된 형량은 구형량의 절반 수준이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사건 가운데 본류로 분류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는 다음 달 19일로 예정돼 있다. 이번 판결로 윤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절차가 본격적인 판단 단계에 들어가면서, 향후 진행될 재판 결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