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나라를 운영하겠다”는 트럼프, 베네수엘라 정권교체 직접 개입 선언
- 마두로 부부 미국 송환·마약범죄 기소…미 국내 여론·국제사회 반발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대규모 군사공격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미국이 과도기 동안 베네수엘라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냉전 이후 미국의 해외 개입 중 가장 노골적인 ‘대리 통치’ 구상으로, 국제법 논란과 함께 중남미 지역 정세에 상당한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대국민 발표를 통해 미군이 베네수엘라를 대규모 공습했고,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이 미국에 의해 생포됐다고 밝혔다. 이어 기자회견에서 “안전하고 적법한 과도 체제가 마련될 때까지 우리가 그 나라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하며, 미 행정부 핵심 인사들이 사실상 베네수엘라의 ‘사실상 지도부’ 역할을 맡게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작전은 공식적으로는 ‘마약 조직과의 전쟁’과 미국인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언론에 따르면 백악관 브리핑 현장에는 루비오 국무장관, 헤그세스 전쟁장관, 케인 합참의장,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실장 등이 함께 배석해 이들이 베네수엘라 과도통치의 실질 책임 그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은 이미 2019년 카라카스 주재 대사관을 폐쇄해 현지 외교 기반이 거의 없는 상태여서, 향후 통치·치안·경제 운영을 어떻게 수행할지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미 법무장관 파멜라 본디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마두로 부부가 마약 관련 범죄 혐의로 기소됐으며 “미국 땅, 미국 법정에서 미국 사법 정의의 분노를 온전히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1989년 파나마 미군 개입 후 마누엘 노리에가를 체포해 미국으로 송환했던 전례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국내 법체계 안에서 해외 정권 수반을 재판에 세우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이다.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정권교체(regime change)를 동반한 대외 군사개입에서 미국이 반복해온 실패 패턴이 재현될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란·베트남·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에서의 미국 개입 사례를 거론하며, 불충분한 사전 계획, 모호하고 상충되는 목표, 현지 외교·행정 역량 부족, 비현실적 일정 설정 등이 혼란과 장기 개입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끝나지 않는 전쟁(forever wars)’을 비판하며 집권했음에도, 이번 조치로 “미국이 또 하나의 복잡한 해외 통치 프로젝트에 뛰어들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공격은 지난 6개월간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계속돼 온 미군의 군사적 압박이 정점에 이른 결과로 평가된다. 초기에는 대(對)마약 작전 성격을 강조하던 미 행정부는 점차 마두로 정권 교체 필요성을 전면에 내세워 왔고, 이번 전격 체포로 사실상 ‘정권 참수 작전(decapitation)’을 실행에 옮겼다. 보도에 따르면 미군은 포트 티우나와 일부 공군기지·군사시설 등 핵심 군사 인프라를 중심으로 정밀 타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러한 군사 행동이 곧바로 민주적 체제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베네수엘라 내에서는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호르헤 로드리게스 등 민간 정치 그룹과,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장관·블라디미르 로페스 파드리노 국방장관 등 군·정보 라인이 미묘한 권력 다툼을 벌이는 양상이 드러나고 있다. 민주 야권은 거리 시위를 호소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지만, 여전히 국가 기구 장악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국제법 측면에서는 비판이 거세다. 국제법 학자들은 유엔 헌장상 무력 사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명시적 승인이나, 무장공격에 대한 자위권 행사, 심각한 학살 위기 상황에서의 집단적 보호 조치 정도로만 정당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베네수엘라 공격은 이 어느 조건에도 해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 해석이다. 특히 마약 금지나 ‘범죄 정권’이라는 레토릭은 군사 개입의 법적 근거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미국의 파나마·그레나다 침공 당시와 유사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유럽과 중남미 각국은 미온적이면서도 복잡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는 “국제법 준수가 최우선 원칙”이라면서도 구체적 평가는 정보를 더 지켜보겠다며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반면 나이절 패라지는 “국제법에는 어긋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면 ‘좋은 일’일 수도 있다”고 언급해 서방 내부에서도 전략적 이해와 법적 원칙 사이의 균열이 드러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와 중국에도 외교적 명분과 부담을 동시에 안겨줄 전망이다. 러시아는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 정당화 논리를 강화하는 데 미국의 행동을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역시 대만 문제를 둘러싼 자기 논리를 펼치는 과정에서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을 거론할 수 있다. 동시에 두 나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예측 불가능한 군사 행동을 의식해 자국의 대미 전략을 조정할 필요에 직면했다는 평가다.
미국 내부 정치에서도 균열 조짐이 감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작전을 “철저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힘을 통한 평화”의 사례라고 강조했지만, 공화당 강경 지지층 일부에서는 “끝나지 않는 해외 전쟁에 다시 발을 들여놓았다”며 비판이 나온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우리가 끝내겠다고 믿었던 군사 개입과 해외 전쟁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베네수엘라 통치가 장기화하고 비용과 인명 피해가 늘어날 경우, 이른바 ‘마가(MAGA) 진영’ 내부 반발이 트럼프의 정치적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채텀하우스는 “이번 조치로 미국은 향후 베네수엘라에서 벌어지는 모든 결과에 대해 정치적·도덕적 책임을 떠안게 됐다”고 평가했다. 미 의회도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에 따라 향후 추가 공습·지상작전 등에 대한 승인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베네수엘라에서의 정권 교체가 실제 민주주의 심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또 하나의 장기·고비용 군사 개입으로 남을지, 그리고 그 비용을 미국과 베네수엘라 국민이 어떻게 나눠 부담하게 될지가 향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