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속철도 KTX와 SRT를 하나의 체계로 묶는 통합 작업에 공식 시동을 걸었다.

2026년 3월 서울역에서 SRT를, 수서역에서 KTX를 탈 수 있는 ‘교차 운행’이 먼저 시작되고, 내년 말까지 예매 시스템과 기관까지 단계적으로 통합한다는 구상이다. 통합이 완료되면 하루 좌석 공급이 약 1만6천 석 늘고, KTX 요금 10% 인하도 검토된다.

국토교통부는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KTX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T 운영사 SR은 2013년 법인 분리 이후 약 13년 만에, 고속철도 체계는 SRT 개통(2016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통합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2026년 3월로 예정된 ‘교차 운행’이다. 정부는 좌석 부족이 심각한 수서발 고속철 수요를 감안해, 수서역에 20량 955석 규모의 KTX-1을 투입한다. 이는 현재 수서발 SRT(10량 410석)보다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수서권 좌석 공급난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서울역에는 SRT를 투입해 시간대별 수요에 따라 두 노선을 유연하게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하반기부터는 한 단계 더 나아가 KTX-산천과 SRT 차량을 서로 연결해 운행하는 ‘통합 편성’이 시범 도입된다. 열차를 KTX·SRT로 나누지 않고 서울역과 수서역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구성해 차량 운용률을 높이고, 노선 운행도 순환식으로 유연하게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코레일은 이 같은 통합 편성·운영이 본격화되면 하루 평균 약 1만6천 석의 좌석이 추가로 공급돼, 현재 KTX 20만 석·SRT 5만5천 석 등 총 25만5천 석에서 약 6%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예매·발권 시스템도 순차적으로 하나로 묶인다. 내년 상반기에는 코레일톡·SRT 앱 어디서든 ‘서울’을 검색하면 서울·용산·수서역 열차가 한 화면에 함께 뜨도록 조회 체계를 바꾸고, 내년 말까지는 하나의 앱에서 KTX와 SRT의 결제·발권이 모두 가능하도록 통합한다. 더불어 SRT에서 코레일 일반열차(ITX-마음 등)로 갈아탈 때 환승 할인 제도를 신설하고, KTX와 SRT 사이 열차 변경 시에는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요금 체계 변화도 예고됐다. 코레일은 중복 인력·시스템 등 통합으로 줄어드는 비용을 바탕으로 KTX 운임 10%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SRT가 KTX보다 10%가량 저렴한 요금을 책정하고 있는데, 통합 이후에도 승객에게 불리한 요금 역전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 국토부 설명이다.

기관 통합 역시 내년 말까지를 목표로 진행된다. 정부는 양사 노사와의 논의를 바탕으로 노사정 협의체를 꾸려 급여·근무체계·복지 등 서로 다른 제도를 조정하고, 운임·마일리지·회원제·안전 체계와 통합 비용 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도 병행한다. 이와 함께 국토부 내에 ‘고속철도 통합추진단’을 설치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철도산업위원회 심의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등 법적 절차를 준비한다. 조직 통합 이후에는 열차 도색, 승무원 유니폼, CI(기업 이미지) 등 브랜드도 하나로 정비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코레일이 SR을 일방적으로 흡수하는 방식은 피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윤진환 국토부 철도국장은 “고속철도 분리 운영이 곧바로 정책 실패라고 볼 수는 없지만, 10년 가까운 경쟁체제의 편익과 비효율을 비교한 결과 통합에 따른 효율 증대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며 “단순 흡수 통합이 아니라 새로운 사명·브랜드 등을 포함한 제3의 통합 모델을 두고 양 기관과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이라는 국토부 정책 결정에 따라 차질 없는 이행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SR 통합을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고 국민에게 더 나은 고속철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