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동산·가계대출·환율 불안 겹악재에 금통위 “인하보다 동결”
- 서울 아파트값 5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가계빚·원·달러 1470원대 부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네 차례 연속 동결했다. 지난 5월 기준금리를 2.50%로 인하한 이후 다섯 번째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내년 1월 다음 회의 전까지 기준금리는 두 달가량 현 수준에 묶이게 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올해 내 금리 인하 기대가 꾸준히 제기됐지만, 집값과 가계대출, 환율이 동시에 불안한 ‘3중고’ 속에서 한은이 선제 인하로 방향을 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2%를 밑돌 것으로 보면서도, 물가와 금융안정 여건을 감안해 동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부동산 시장의 과열 조짐은 뚜렷하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1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달보다 1.72% 올라, 2020년 9월(2.0%) 이후 5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 통계는 ‘10·15 부동산 대책’ 이후를 반영한 것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상황에서도 집값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계부채도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이달 2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769조2738억원으로, 이달에만 2조6519억원 늘었다. 이미 10월 한 달 증가액(2조5270억원)을 넘겼고, 농협은행을 제외한 4대 은행의 연초 이후 가계대출 증가액(정책성 대출 제외)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한도 목표보다 30% 이상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 급등도 부담 요인이다. 최근 환율은 1470원을 넘어 1500원선 근접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한은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 이전에 금리를 먼저 내릴 경우 한·미 금리 격차는 현 1.50%포인트에서 1.75%포인트까지 확대될 수 있다. 금리 차가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유출과 환율 추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져 금융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에서 1.0%로, 내년은 1.6%에서 1.8%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0%에서 2.1%로, 내년 역시 1.9%에서 2.1%로 올려 잡았다. 물가가 목표 수준인 2% 안팎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 만큼, 성급한 추가 완화보다는 경기와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한 ‘신중한 동결’ 기조를 택한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시장의 관심은 다음 금리 인하 시점으로 쏠리고 있다. 특히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릴 기자설명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언급한 ‘방향의 전환’ 발언에 대해 어떤 설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금리 인하 사이클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지만, 집값과 가계부채, 환율이라는 세 변수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동결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금융시장에 힘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