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경원·황교안 등 27명 벌금형…“면책특권 대상 아냐” 판단
  • 의원직 상실선 넘지 않아…검찰 항소 여부 검토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20일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1심 선고 공판 참석을 위해 서울남부지방법원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연루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이 1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정치적 동기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국회의 의사결정 절차를 스스로 훼손한 첫 사례라고 지적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장찬 부장판사)는 20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관계자 26명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나 의원에게 벌금 2천400만원, 황 전 총리에게 1천900만원을 선고했다. 송언석 원내대표에게는 1천150만원이, 현직 의원 이만희·김정재·윤한홍·이철규 의원 등에게는 각각 550만~1천150만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회의 의사결정 방침을 그 구성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의원들이 불법 수단으로 동료 의원의 활동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충돌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나 정치적 저항권 행사로 볼 수 없다”고도 판시했다.

2019년 4월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등과의 대치 끝에 본회의 상정 저지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채이배 전 바른미래당 의원을 의원실에 가두고, 정개특위·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하는 등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국회 사무처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사건이 사법 절차에 넘겨졌고, 기소까지 8개월이 걸렸다.

법원은 다만 피고인들이 “패스트트랙 지정의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를 가졌으며, 이후 여러 차례 선거를 통해 국민이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벌금 500만원 이상이 선고되더라도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지 않아, 현직 의원과 단체장들의 직위는 유지된다.

나 의원은 선고 직후 “6년간 끌어온 정치적 사건이 사법 절차로 이어진 데 유감”이라며 “판결문이 우리 정치적 항거의 명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자유민주주의가 무너졌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판결이 향후 국회 내 물리적 충돌 사건에 대한 법적 책임 기준을 명확히 하는 선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