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파 버전 첫선…접속 마비 후 복구, 약 88만 건 문서 공개
  • 위키피디아 대체? 신뢰성과 투명성 시험대에 오른 머스크의 새 실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사진=연합뉴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인공지능 기업 xAI가 운영하는 AI 기반 백과사전 ‘그록피디아(Grokipedia)’가 27일(현지시간) 공식 출범했다. 머스크는 이를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xAI의 목표를 향한 중요한 단계이자, 위키피디아보다 훨씬 나은 백과사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비스가 공개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접속 마비를 겪은 데다, 편향성과 정확성을 둘러싼 논란이 벌써부터 불거지고 있다.

출범 직후 그록피디아는 트래픽 폭주로 잠시 다운되었으며, 현재는 복구된 상태다. 홈페이지의 카운터에 따르면 등록된 문서 수는 약 88만 5천 건에 이른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는 특정 항목에서 내용 오류나 편향된 서술을 발견했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머스크는 그록피디아의 출시가 당초 예정보다 지연된 이유에 대해 “사이트 내에 존재할 수 있는 프로파간다를 제거하기 위한 추가 작업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전부터 위키피디아가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으며, 자신이 운영하는 백과사전은 “사실에 근거한 진실 중심형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공개된 일부 문서들을 보면, 그록피디아가 위키피디아의 자료를 그대로 인용하거나 거의 동일한 형태로 옮긴 경우가 적지 않다. 다만 출처 표기 방식은 기존 위키피디아의 인라인 링크 형식과 달리 단순화되어 있어, 원문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각 항목 하단에는 “이 콘텐츠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4.0 라이선스(CC BY-SA 4.0)에 따라 위키피디아로부터 일부 내용을 전재했다”는 안내문이 달려 있다.

특히 일부 항목에서는 머스크 본인이나 특정 사회적 주제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돼 논란을 키우고 있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 헤럴드는 “성별(gender)” 항목이 생물학적 구분을 중심으로 정의되어 있으며, 사회문화적 요인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일론 머스크” 항목에서 사실과 다른 인물 관계 및 시점이 언급된 사례를 지적하며 “AI가 자동으로 작성한 백과사전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와 관련해 위키피디아 공동 창립자 지미 웨일스(Jimmy Wales)는 “머스크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그록피디아는 AI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얼마나 쉽게 재생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AI는 인간 편집자의 집단 검증 과정과 같은 투명성을 대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록피디아 홈페이지(사진=그록피디아 홈페이지 갭처)

전문가들은 그록피디아가 기존 위키피디아에 맞서는 ‘AI 중심형 지식생태계 실험’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문서의 정확성과 객관성 검증 체계, 그리고 출처 투명성 확보가 가장 큰 과제로 꼽힌다. 또한 현재 그록피디아는 이용자 참여나 수정이 제한되어 있어, 위키피디아처럼 집단지성 기반의 검증 구조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그록피디아의 시도는 향후 정보 생태계에 적지 않은 파급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AI가 스스로 학습하고 문서를 생성하는 플랫폼이 대중화될 경우, 지식의 생산 주체가 인간에서 인공지능으로 이동하는 ‘정보 주권 변화’가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그록피디아를 “AI가 인류의 지적 한계를 넓히는 도구”로 표현하지만, 현재로서는 그것이 새로운 백과사전 혁명이 될지, 혹은 ‘머스크의 또 다른 실험’으로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