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택시·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집중한 머스크, EV 수요와 실적 전망은 빠져 투자자 혼란
  • AI 비전은 화려하지만, 전기차 판매 둔화·수익성 악화 해소 없이는 시장 신뢰 회복 어려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테슬라가 2025년 3분기 실적을 공개했지만, 시장의 시선은 실적표보다 CEO 일론 머스크의 발언에 쏠렸다. 그는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전기차(EV) 사업의 현황이나 향후 가이던스(전망)는 거의 언급하지 않은 채, 로봇택시와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에 대한 미래 비전에만 초점을 맞췄다.

머스크는 “옵티머스는 믿을 수 없는 외과의사가 될 것”이라며 “로봇과 자율주행을 통해 모든 사람이 최고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세상, 가난이 없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비전과는 달리 테슬라의 주가는 실적 발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 4% 가까이 떨어졌다.

■ 미래 비전만 강조한 실적 콜

22일(현지시간) 진행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는 전기차 수요나 수익성, 생산 전망과 같은 핵심 지표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미국의 전기차 세제 혜택이 지난달 종료되며 수요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대응 전략도 없었다.

사이버트럭의 생산 일정, 부품 관세(tariffs)가 비용 구조에 미칠 영향, 또는 신차 출시 계획에 대해서도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대신 머스크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수백만 대의 차량이 완전 자율주행차(FSD)로 전환될 수 있다”며 로봇택시 상용화가 곧 ‘충격파처럼’ 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테슬라는 여전히 제한된 지역에서만 자율주행 시범 운행을 진행 중이다. 경쟁사인 알파벳(Alphabet)의 웨이모(Waymo)가 미국 주요 도시에 상업용 로봇택시를 운영하고, 중국의 바이두(Baidu)가 ‘아폴로 고(Apollo Go)’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 실적은 ‘둔화’, 전망은 ‘불투명’

테슬라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4억 달러로 37% 급감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는 원자재 비용 상승, 부품 관세 부담, 그리고 세제 혜택 축소로 인한 수요 감소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악화된 흐름에도 불구하고, 머스크가 이번 분기 콜에서 향후 목표치나 매출 가이던스를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자들이 향후 분기를 가늠할 최소한의 정보도 받지 못했다”며 “테슬라가 앞으로 거친 분기를 맞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인 FSD(Full Self Driving)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감소했다. 테슬라 재무책임자 바이바브 타네자(Vaibhav Taneja)는 “현재 FSD 유료 사용자는 전체 고객의 12% 수준”이라며 “시장 확대를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평균 매출 단가(ASP)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FSD 매출은 전체의 2% 미만에 그쳤다.

■ “로봇군대 만들 건데, 내 영향력은 있어야 한다”

머스크는 이번 실적 콜에서 ‘로봇택시’ 다음으로 ‘옵티머스’ 프로젝트를 강조했다. 그는 옵티머스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제품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단순한 산업용 로봇을 넘어 가사·의료·교육까지 담당할 수 있는 존재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또한 “옵티머스의 차기 버전(V3)을 2026년 1분기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이날 콜의 후반부에서 그는 기술 비전보다 자신의 보수 문제를 언급하며 논란을 불렀다. 테슬라는 최근 일론 머스크에게 10년간 최대 1조 달러 규모의 보상 패키지를 부여하는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했다. 이 안은 통과될 경우 머스크의 테슬라 지분율이 약 12%포인트 늘어난다. 머스크는 “우리가 로봇 군대를 만들고 있는데, 내가 그 로봇 군대에 최소한 강력한 영향력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론 머스크가 엑스에 올린 테슬라 옵티머스 로봇 영상. (사진=연합뉴스)

그는 의결권 자문사 ISS와 글래스루이스(Glass Lewis)가 해당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자, 두 회사를 “기업 테러리스트(corporate terrorists)”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 브랜드 가치도 하락… ‘테슬라 피로감’ 징후

테슬라의 브랜드 파워도 약화되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최근 발표한 ‘2025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순위에서 테슬라는 지난해 12위에서 올해 25위로 밀렸다. 보고서는 “테슬라는 한때 자동차 산업의 최대 혁신가였지만,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와 신제품 부재가 지속되며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및 로봇 기술의 장기적 비전을 내세워 단기 실적 부진을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이번 실적 콜에서는 투자자들이 온라인 포럼을 통해 올린 ‘신차 계획 관련 질문’이 두 차례나 무시되었다. 테슬라 IR(Investor Relations) 책임자 트래비스 액슬로드는 “이 자리는 그런 논의를 할 적절한 장소가 아니다”라며 답변을 피했다.

■ “비전은 원대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이번 실적 발표는 테슬라의 ‘비전’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머스크의 발언은 여전히 미래지향적이지만,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비전이 아닌 수익성과 성장의 근거다.

AI와 로봇, 자율주행은 분명 미래 산업의 핵심이지만, 지금 테슬라가 당면한 문제는 명확하다. 전기차 수요 둔화, 가격 경쟁 심화, 비용 증가, 그리고 불확실한 정책 환경이다.

머스크가 제시한 ‘로봇이 수술하는 세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우선 테슬라가 자동차 제조사로서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시장은 잘 알고 있다. 향후 테슬라가 다음 분기 실적에서 구체적 전략과 실적 목표를 내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