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지진구 발견과 함께 제18차 발굴조사 시작 알려
  • 빙고는 백제 왕권 상징하는 특수한 위계 공간, 군창지 서쪽 조사도 예정
얼음 보관하던 '빙고' 흔적. (사진=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부여 부소산성에서 백제 시대 얼음을 장기간 보관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빙고(氷庫)’와 함께 건축 전 토지신에게 안전을 기원하는 의례물인 ‘지진구(地鎭具)’가 처음으로 발견됐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소장 황인호)는 부여군과 공동으로 지난 17차 발굴조사에서 확인된 성과를 정리하며 이 같은 새로운 유물을 포함한 결과를 10월 13일 공개하는 한편, 제18차 발굴조사 시작을 알리는 개토제를 진행했다.

이번에 발견된 빙고는 부소산성 내 가장 높은 평탄대지의 동쪽 끝부분에 위치해 있으며, 평면은 사각형, 내부 단면은 U자 형태로 동서 약 7m, 남북 약 8m, 깊이 2.5m에 달하는 대형 구조다. 초기에는 자연 암반을 벽으로 활용하다가 남쪽 벽에 방형으로 깎은 돌을 세워 공간을 축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빙고 바닥 중앙에는 길이 230cm, 너비 130cm, 깊이 50cm 구덩이가 파여 있고, 남쪽에는 할석(깬 돌)이 채워진 물 저장고(집수정) 시설이 갖춰져 있어 내부에서 발생하는 물을 효과적으로 배수하기 위한 구조로 보인다. 이런 빙고는 강력한 왕권과 국가 권력이 있어야 구축·운영할 수 있었던 특수한 위계 공간으로 평가된다.

함께 발견된 지진구로 추정되는 항아리는 직각 형태로 목이 짧으며, 둥근 구슬 모양의 손잡이가 달린 뚜껑으로 덮여 있다. 이 항아리 내부에서는 중국 한나라 시기부터 사용된 오수전(五銖錢) 5점이 출토됐다. 연구소는 빙고 주변에 다른 건물이 확인되지 않는 점과 지진구가 생토를 굴착해 조성된 점으로 미루어 빙고 축조의 성공을 기원하는 공헌 의례 용도로 해석했다.

국립부여문화유산연구소는 18차 발굴조사에서 조선시대 군용 식량 창고였던 군창지 서쪽 지역을 집중 조사할 계획이며, 이는 앞선 17차 조사에서 확인된 백제 사비기 왕궁 터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