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권 집값 반등세에 대출도 늘어…연체·취약차주 비중 여전히 부담
  • 금리 인하 기대로 시장 불안 확대 가능성…“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필요”
한국은행. (사진=연합뉴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주택시장 과열과 가계대출 확대가 맞물릴 경우 금융 불균형이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9월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2분기 말 가계신용은 1,952조8,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5조 원 늘었다. 증가율은 1.3%로 1분기(0.9%)보다 확대됐다. 주택담보대출이 14조9,000억 원이나 불어나면서 전체 가계대출 상승을 이끌었고, 감소세를 이어오던 신용대출 등 기타 대출도 반등했다. 소득 증가세가 부진한 가운데 가계신용 대비 소득 비율은 141.6%로, 전 분기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연체율은 1.03%로 소폭 낮아졌지만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 비중은 7%에 머물렀다. 잠재적 취약차주 비중도 17.7%로 상승하며 가계부채 건전성에 대한 불안 요소로 지목됐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환 능력이 충분하지 못해 연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은 지역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 주택매매가격은 지난 8월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했고, 서울은 같은 기간 4.8% 급등했다. 반면 비수도권은 1.1% 하락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6·2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상승세가 잠시 주춤했으나, 8월 말부터 다시 반등하며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외곽 지역까지 상승세가 확산됐다.

거래량도 불안 요인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는 6월 7만4,000호를 기록하며 장기평균을 상회한 뒤 7월 6만4,000호로 줄었으나, 8월 들어 다시 회복세를 나타냈다. 장 국장은 “서울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 폭이 확대되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런 흐름이 대출 증가와 맞물릴 경우 금융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은 6·27 대책 이후 거래량은 확연히 줄었지만 가격 상승세는 크게 꺾이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임광규 한은 금융안정기획부장은 “6·27은 수요 억제, 9·7 대책은 공급 확대 중심”이라며 “공급 효과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시장에 확신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금리 인하 기대감이 집값 불안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장 국장은 “금리 인하 국면에서 가계부채와 집값이 동반 확대될 경우 추가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며 “물가와 경기뿐 아니라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해 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신성환 금융통화위원도 “정책 공조를 통해 금융 불균형이 심화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금융시스템 전반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불안지수(FSI)는 ‘주의’ 단계인 20.7에 머물렀고, 금융취약성지수(FVI) 역시 장기 평균 이하로 나타났다. 그러나 한은은 “금융 여건 완화 과정에서 불균형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며 지속적인 관리 필요성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