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칭화대 보고서 “국가재정, 인프라 투자엔 초장기 국채로 대응해야”
  • 지방정부 부채 구조 전환이 중국 경제 체질 개선의 핵심 해법으로 부상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의 랜드마크인 와이탄.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단기 재정압박 해소를 넘어서 국가 회계 시스템 자체를 ‘현금 흐름’ 중심에서 ‘공공재정’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칭화대 산하 싱크탱크가 발표한 보고서는 “중국이 초장기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 지방정부의 숨은 부채를 흡수하고, 부동산 재고 처리와 내수 소비 확대, 산업 구조조정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칭화대 중국경제실천사고연구센터(ACCEPT)는 최근 매크로 경제 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30조 위안(약 4,200조 원)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지방정부의 숨은 부채를 중앙정부로 이관하는 방식의 ‘부채 스왑’ 정책을 제안했다. 이 부채는 대부분 지방 국유기업이나 지역 금융플랫폼을 통해 비공식적으로 쌓여온 것이며, 이미 장부에 존재하는 만큼 새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채를 낮은 금리의 국채로 전환할 경우, 지방정부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경제 전반에 자금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여기에 수조 위안의 국채를 추가 발행해 부동산 재고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고, 산업 과잉 해소 및 소비 진작에 활용하는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

실제로 보고서는 4조 위안 규모의 국채를 발행해 재고 부동산의 절반을 매입하고, 이를 농민공이나 도시 신규 이주자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할 경우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이끌 수 있다고 강조했다. ACCEPT 소장이자 중국 중앙은행 전 고문인 리다오쿠이는 “이 방식은 공급과잉 해소와 주거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해법”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24년 말 12조 위안 규모의 부채 스왑을 시행해 지방정부의 상환 부담을 일정 부분 완화한 바 있다. 당시 재정부는 2023년 말 기준 지방정부의 ‘숨은 부채’를 약 14.3조 위안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이를 훨씬 웃도는 금액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ACCEPT의 수석연구원 류페이린은 “표면적으로는 경기 회복세가 보이지만, 그 아래에는 여전히 금융 시스템의 불안 요소들이 존재한다”며 “지방정부의 고부채 구조야말로 중국 경제가 풀어야 할 핵심 뇌관”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 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가 회계 철학’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리 소장은 “지방정부가 장기 인프라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단기 부채로 조달하는 현재 구조는 지속 불가능하다”며 “현금 흐름처럼 일시적인 수입으로 즉시 채무를 상환하려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채는 현금보다도 안전한 자산”이라며 “국가의 장기 투자, 특히 인프라와 관련된 사업은 만기 시 다시 롤오버할 수 있는 초장기 국채로 대응하는 것이 정상적인 재정 운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의 국채 발행 규모는 GDP 대비 25% 수준에 불과해, 공공재정 기능을 수행하기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중국 경제는 2025년 1분기 GDP 성장률 5.4%, 1~5월 수출 증가율 7.2%를 기록하며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청년층 고용 한파, 부진한 소비 심리, 제조업 과당 경쟁 등 구조적 위험요소는 여전히 누적된 상태다. 이에 따라 단순한 부양책이 아닌 ‘재정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경제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