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공 후 미분양 2만6000가구 돌파…21개월 연속 증가세
  • 대구·경북 등 지방 집중…공급 지표까지 모두 감소하며 침체 장기화 우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지방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공급 지표까지 동반 하락하면서 수요 위축과 지역 간 양극화가 동시에 심화되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5.2% 증가한 수치로, 2013년 8월(2만6453가구) 이후 11년 8개월 만에 최대 규모다. 준공 후 미분양은 2023년 8월부터 21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어 해소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악성 미분양’의 80% 이상은 지방에 집중돼 있다. 지난달 기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전월보다 6.5% 늘어난 2만1897가구로, 전체 미분양 물량의 83%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3776가구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3308가구), 경남(3176가구), 부산(2462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은 같은 기간 4574가구에서 4525가구로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악성 미분양 해소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다.

문제는 미분양 적체와 함께 공급의 3대 지표인 인허가, 착공, 준공도 모두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주택 인허가는 2만4026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6% 감소했다. 특히 수도권이 5.8% 줄어든 반면, 지방은 무려 38.5% 급감해 지역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착공 물량은 2만5044가구로 전월 대비 81.8% 급증했지만, 이는 전월 저조한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로 해석된다. 실제로 1월부터 4월까지의 누계 착공량은 5만9065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3.8% 줄었다. 분양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4월 분양 물량은 2만214가구로 전월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지만, 누계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41.0%나 줄었다.

수요도 위축됐다. 지난달 전국 주택 매매는 6만5421건으로, 전월보다 2.7% 감소했다. 서울의 매매 건수는 1만2017건으로 3월(1만2854건) 대비 6.5% 줄었지만, 1월(5307건)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한편, 전월세 거래는 22만8531건으로 전월 대비 4.4% 줄며 시장 전반의 활기를 잃고 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미분양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LH가 미분양 주택 3000가구를 직접 매입하고, 기업구조조정용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도입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한 수요 부재는 여전하다.

이동주 한국주택협회 산업본부장은 “현재의 대응책만으로는 지방 미분양 물량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단기 등록임대사업자 제도에 지방 아파트를 포함시키는 등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의 보다 정교하고 과감한 수요 유인 정책이 시급하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