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출 둔화·내수 침체에 한은 성장률 0.8%로 급락 조정…1분기 역성장 현실화
  • 미국 보복관세 여파로 수출 불확실성 가중…정책 대응 시계 제로에 가까워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2.5%로 인하했다. 2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같이 결정된 이번 조치는 지난해 10월 이후 네 번째, 올해 들어서는 두 번째 금리 인하로, 2022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물가와 고금리의 압박이 완화되기도 전에 경기 침체 징후가 본격화되면서, 중앙은행이 방어적 스탠스로 전환한 것이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8%로 대폭 하향했다. 이는 불과 석 달 전 전망치의 절반 가까이가 깎인 수치로, 한국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1.8%에서 1.6%로 소폭 낮췄다.

성장률 전망이 급격히 낮아진 주된 원인은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의 이중고다. 특히 미국의 보복성 관세 정책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철강과 자동차에 최대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으며, 현재 90일간 유예된 상태지만 협상 기한인 7월 8일이 임박하면서 불확실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수출 회복 가능성은 사실상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수 상황도 녹록지 않다. 고용시장 불안과 소비심리 위축이 겹치면서 민간 소비가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한국 경제는 전년 동기 대비 -0.1%를 기록하며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을 나타냈다. 구조적 한계를 지닌 내수와 대외 변수에 흔들리는 수출이 동시에 부진에 빠지며, 경제 전반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된 것이다.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는 시장의 예상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와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금리 인하와 성장률 하향 조정을 전망해 왔으며, 한은이 2021년 8월부터 2023년 초까지 3.5%까지 금리를 올린 뒤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인하 사이클에 돌입한 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누적 1%포인트 인하됐다.

물가 전망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과 같은 1.9%로 유지했고, 내년 물가상승률은 국제유가 하락과 원화 약세 완화 등을 반영해 1.8%로 0.1%포인트 낮췄다.

이번 금리 인하는 6월 3일 대선을 앞두고 단행된 결정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재정정책 방향과 경기 부양책의 속도 및 규모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어,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금리 인하만으로는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수출과 내수 모두 구조적인 한계에 직면한 만큼 통화정책과 병행해 강력한 재정정책, 구조개혁, 산업 전략 재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리 인하가 단기적인 경기 방어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체질 개선 없이는 경기 하강 추세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