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JT 주가 10% 급락 속 ‘비트코인 금고’ 선언
  • “금융 자유의 정점”이라는 비트코인… 정치와 금융의 경계 허문 트럼프 미디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가족의 미디어 기업인 '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TMTG)이 30억달러(약 4조1천억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Trump Media & Technology Group, 이하 트럼프 미디어)이 비트코인을 핵심 자산으로 삼겠다는 대규모 전략을 발표했다. 회사는 28일(현지시간),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25억 달러(약 3조 4천억 원)를 조달해 이를 비트코인 매입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발표 직후 DJT 주가는 10% 하락 마감했다.

CNBC에 따르면 이번 조달금은 15억 달러의 보통주 발행과 10억 달러의 전환사채로 구성됐다. 트럼프 미디어는 약 50곳의 기관 투자자들과 구독 계약을 체결했으며, 확보한 비트코인은 앵커리지 디지털(Anchorage Digital)과 크립토닷컴(Crypto.com)을 통해 보관할 예정이다. 두 플랫폼은 트럼프 미디어의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위한 협력사이기도 하다.

회사의 CEO인 데빈 누네스는 “비트코인은 금융 자유의 정점(apex instrument of financial freedom)”이라며 “이번 투자는 첫 번째 ‘왕관의 보석(crown jewel)’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누네스는 비트코인 편입이 보수 성향 기업에 대한 금융기관의 차별적 대우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적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는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고, 세계 최대 암호화폐 행사인 ‘비트코인 2025’가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가운데 나왔다. 이 행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 최초의 ‘암호화폐 대통령’ 이미지로 부각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행사에는 JD 밴스 부통령, 트럼프 주니어, 에릭 트럼프, 암호화폐 담당 특사 데이비드 삭스 등 트럼프 측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1억 1,400만 주 이상의 DJT 주식을 취소 가능한 신탁을 통해 간접 보유 중이며, 트럼프 미디어는 2024년 기준 360만 달러의 매출과 4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53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 미디어는 올해 안에 크립토닷컴과 협력해 비트코인, 크로노스(CRONOS) 등 암호화폐와 전통 유가증권이 혼합된 ETF 상품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상품들은 주요 브로커리지 플랫폼과 전 세계 1억 4천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한 크립토닷컴 앱을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이번 비트코인 대규모 매입은 2020년 마이클 세일러의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가 시작한 기업 재무 전략을 정치적으로 확장한 사례로 평가된다. 실제로 트럼프와 연계된 또 다른 법인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은 이미 상당량의 암호화폐를 비축 중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초 연방정부 차원의 비트코인 준비금과 암호화폐 비축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정치적으로는, 공화당 진영에서 제기해 온 ‘보수 진영에 대한 금융 차별’에 대한 반격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 등 대형 금융기관이 보수 성향 고객을 배제하고 있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진영의 암호화폐 전략을 설계한 데이비드 베일리는 최근 7억 1천만 달러 규모로 헬스케어 기업 KindlyMD와 합병한 나카모토 홀딩스를 통해 기존 의료 회사를 암호화폐 기반 기업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베일리는 이 전략을 “비트코인 전략의 제곱(Strategy, squared)”이라고 표현하며, “모든 자본 시장에서 비트코인 중심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미디어의 이번 행보는 정치와 금융, 그리고 암호화폐가 융합되는 새로운 국면을 알리고 있으며, 미국 내 정치적 지형뿐만 아니라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도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